새정치연합 윤여준 의장

새정치연합 윤여준(75) 의장이 민주당과 통합신당 창당을 전격 합의한 안철수 의원에 대해 강한 배신감을 보였다고 8일 경향신문이 보도했다. 윤 의장은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안 의원이 공식라인인 공동위원장들을 배제한 채 주변의 소수 측근들과 통합 논의를 해온 것으로 추측했다.

윤 의장은 "이 자(안철수 의원)가 나한테 얼마나 거짓말을 했는지 알아야겠다"고 얘기했다. "연기력이 많이 늘었다" "아카데미상을 줘야 한다"는 말까지 했다.

윤 의장은 "통합신당 합의를 사전에 전혀 눈치채지 못했느냐"는 질문에 "이해가 안된다. 그동안 내가 모르는 무슨 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밤에 앉아 몇 시간 만에 그렇게 합의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 그동안 얘기가 쭉 진행돼왔거나 신당 창당 논의의 프로세스가 있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밀실 논의가 있었단 얘기인가"라는 물음엔 "내가 왜 여기에(통합 논의가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관심이 있느냐면, 이게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알아야 이 자(안 의원)가 나한테 얼마나 거짓말을 했는지 알 수 있다"고 답했다.

윤 의장은 안 의원이 김 대표와 둘이서만 얘기를 나눠온 것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윤 의장은 이 신문에 "아닐거다. 그랬을 리가 없다. 일이 그렇게 안된다"면서 "나한테 그렇게 수도 없이 새 정치를 다짐하더니… 연기력이 많이 늘었다. 아카데미상을 줘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와 새정치연합 안철수(왼쪽에서 둘째와 셋째) 중앙운영위원장이 지난 5일 신당 창당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새정치연합 지도부 연석회의에 참석한 모습. 왼쪽 끝은 새정치연합 윤여준 공동위원장, 오른쪽 끝은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

“새정치연합의 창당 작업이 잘 진행되고 있느냐”는 질문엔 “창당을 해야 하는데 사람이 부족하니까 이제 막 실행위원들을 집어넣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의장은 "당초에 만들었던 실행위원들 중에 형편없는 놈들이 많다고 해서 안 의원이 화내고 배제하고 그랬는데. 그 사람들을 다시 다 집어넣어서 시·도당 발기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내부 주요 인사들이 떠나고 있다"는 지적에 윤 의장은 순순히 수긍했다. 그는 "이태규 새정치기획팀장 가버렸지, 윤석규 전략기획팀장 떠났지, 실무책임자였던 김성식 실무단장 갔지. 가장 중요한 소프트웨어가 다 떠났다"면서 "당장 창당 협상 작업을 해야 하는데 페이퍼 하나 만들 사람이 없다. 아, 정말 뭐. 내가 실무를 할 수도 없고…"라고 말했다.

윤 의장은 "나 역시 창당 방식만 결정되면 떠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안 의원 본인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서) 그러고 남보고 약속 안 지킨다고 그런다"면서 "이거(창당 방식)만 결정되면 떠난다. 싱가포르로 놀러 갈 생각"이라고 했다. "내가 창당 때까지 쭈그리고 앉아 있을 이유가 뭐 있나. 멋적게 창당대회에 앉아 있으라고?"라며 반문하기도 했다.

이 신문은 윤 의장은 통합 선언 이후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 회의에서 거의 말을 하지 않으며, 혼자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사실상 태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