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증거 조작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가정보원이 다시 정치권의 쟁점으로 부상했다. 2012년 대선 때 벌어졌던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과 달리 이번 사건은 현 정부 내에서 일어난 사건이다. 더욱이 국정원의 고유 기능인 대공첩보에 빨간불이 켜진 사건이다. 이런 점에서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권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7일 이번 사건에 대한 특검과 국정조사, 남재준 국정원장과 황교안 법무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국정원 협력자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증거 문건은 위조된 것이며 국정원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증언했다고 전해진다"며 "특검만이 국민이 동의하고 신뢰할 진상 규명 방안이고 해법"이라고 말했다. 신경민 최고위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새 정치를 하고 싶다면 진상 규명을 직접 지시하고 남재준 국정원장을 즉시 해임해야 한다"고 했다. 한정애 대변인은 "사건의 본질은 국가기관이 외국 정부 공문서 위조를 통해 재판 증거를 조작한 것"이라며 "남재준 원장뿐 아니라 황교안 법무장관도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댓글 사건은 이명박 정부 때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박근혜 정부가 피해 갈 여지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은 당혹한 분위기다. 청와대 민경욱 대변인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며 공식적 답변을 피했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이 국정원의 도덕성과 연계될 수 있다”며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일부 여권 관계자는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겠지만 (만약 조작이 있었다면) 감춘다고 감춰지겠느냐”고도 했다. 청와대는 국정원의 대(對)중국 정보선이 통째로 드러날 수도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일단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면서도 지방선거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박대출 대변인은 “검찰은 간첩 혐의는 간첩 혐의대로, 증거 조작 의혹은 증거 조작 의혹대로 구분해서 엄중히 수사해야 한다”며 “이 점을 망각하고 사건의 본질을 훼손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불순한 정치 공세로밖에 비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검찰의 증거 조작 의혹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했다. 관련자 소환 등에 적극 응하겠다는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대공 수사 라인을 상대로 문서 조작 여부 및 경위 등에 대한 감찰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정부 소식통은 “국정원이 이석기 사건을 거치면서 갖게 된 자신감이 지나쳐 화(禍)가 된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