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의 간첩 사건 증거 조작 의혹과 관련해 중국에서 문서를 입수해 국가정보원에 전달했다는 중국 국적의 탈북자 김모씨가 이 문건은 자기와 제3자가 위조(僞造)한 것이라고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한다. 김씨는 국정원도 문서가 위조된 사실을 알았다고도 진술했다. 검찰 조사 뒤 자살을 기도한 김씨는 아들에게 쓴 유서에서 "국정원으로부터 2개월 봉급 600만원과 가짜 서류 제작비 1000만원, 그리고 수고비를 받아야 한다"고 적었다.

김씨가 위조했다는 문건은 유우성씨가 2006년 5월 27일 북한에 들어가 간첩 지령을 받고 6월 10일 중국으로 돌아왔음을 입증하기 위한 출입국 관련 문건 가운데 하나다. 유씨는 작년 8월 1심 재판에서 간첩 혐의에 대해 증거 부족으로 무죄판결을 받았다. 그러자 검찰과 국정원은 2심 재판에서 유씨의 간첩 혐의를 입증하겠다며 이 문건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국정원은 김씨가 가져온 문건을 진짜 중국의 공문서로 믿고 법원에 냈다고 했다. 그러나 재판에 증거로 제출할 자료라면 비공식 정보원을 통해 입수할 게 아니라 중국 정부에 공식적으로 요청해 받아야 했다. 더구나 무죄판결을 받은 뒤 유죄를 입증하려고 낸 증거라면 공신력(公信力) 시비가 일어나지 않도록 확실한 자료를 확보했어야 한다.

중국은 지난달 14일 주한 중국 대사관을 통해 이 문건들이 모두 위조된 것이라고 공식 통보했다. 위조했다는 진술도 나왔다. 이제 문제는 국정원이 문건이 위조된 것을 정말로 몰랐는지, 위조된 것을 알면서도 묵인했는지, 아니면 문건 위조를 지시했는지 여부다. 김씨는 유서에서 '국정원으로부터 가짜 서류 제작비 1000만원을 받아야 한다'고 썼다. 검찰은 국정원 묵인 또는 지시 여부를 하루빨리 밝혀내야 한다.

지금 위조 논란에 휩싸인 문건은 김씨가 위조했다고 말한 문건만이 아니다. 유씨의 2006년 5~6월 북한 출입국 기록과 이 기록을 발급한 사실이 있다는 중국 관계 기관의 확인서도 위조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출입국 기록은 국정원이 비공식 통로를 통해 얻었고 출입국 기록 발급 사실 확인서는 검찰이 정식 외교 경로를 통해 얻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씨가 문건 하나를 위조했다고 시인한 이상 다른 문건들의 출처도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유우성씨가 진짜 간첩 행위를 했는지 여부는 뒷전으로 밀렸다. 이제 중요한 것은 국정원이 유씨를 간첩 혐의로 무리하게 처벌하려 했던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국정원은 1심 재판에서 유씨의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자 비공식 정보원을 통해 입수한 출처를 알 수 없는 문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중국 정부가 문서가 위조된 것이라고 통보하자 국정원은 그토록 신분(身分)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던 비공식 정보원까지 귀국시켜 검찰 수사 대상으로 내밀었다. 국정원이 자기가 살기 위해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한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국정원은 댓글 사건이 터졌을 때도 진상을 솔직하게 밝히기보다 어물쩍 덮으려다가 정치권을 1년 내내 댓글 논란에 파묻히게 만들었다. 이번에도 국정원은 진실을 끝까지 숨기려고만 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런 무능하고 부도덕한 국정원에 국가 안보를 맡길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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