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크림 반도를 둘러싼 러시아와 서방의 외교 협상이 교착 상태에 들어간 가운데, 우크라이나 과도정부 총리가 크림 자치공화국의 자치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르세니 야체뉴크 우크라이나 총리는 5일(현지시각) 집권 후 처음으로 AP와 인터뷰를 갖고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에 남아야 한다. 다만 크림지역의 자치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들은 야체뉴크 총리가 크림자치공화국의 분리 독립 대신 자치권 확대를 허용하는 쪽으로 크림 반도 달래기에 들어간 것이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의 주민은 60%가 러시아계이며 다수가 분리독립을 원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크림반도를 두고 ‘소(小)러시아’라고도 부를 정도다.
야체뉴크 총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을 냉전 시대 이후 다시 한번 갈등의 장(場)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하며 “러시아는 침략 행위를 당장 멈추고 국제 사회의 일원으로서 의무를 다하라”고 말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미국과 러시아의 외무장관 회담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 장악에 대응하기 위한 서방의 외교 노력이 진전을 이루지 못했으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 수위를 두고 서방 동맹국들이 불화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프랑스 파리에서 회동했다. 미국과 러시아 정부 고위 관리들이 만난 것은 지난주 러시아가 크림 반도를 무력 장악한 이후 처음이다. 회담은 몇 시간 동안 이어졌지만 돌파구는 찾지 못했다고 FT는 보도했다.
케리 장관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앞으로 며칠간 깊이 있는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으며, 대화를 통해 이번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 모두를 위해 좋다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케리 장관은 또 “러시아에 우크라이나와 직접 대화하고 크림 반도에서 철수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이날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의 안드레이 데쉬차 외무장관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크라이나 외무장관과는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로이터는 “이날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 폴란드, 독일, 우크라이나 외무장관들이 파리의 여러 장소에서 서로 만나 의견을 나눴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이 같은 방에 있은 적은 없다”며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을 만났느냐는 질문에 ‘그게 누구냐?’라고 반문했다”고 전했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 움직임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제재 논의를 주도하고 동유럽 국가들은 러시아 정부 관리의 여행 금지, 러시아 무기 금수 등의 제재를 원하고 있다. 이날 헤이글 미 국방장관은 폴란드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공동 군사작전을 강화했다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헤이글 장관은 이날 상원에 출석해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를 지키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독일은 비자 자유화와 무역 협상 중단 이외의 추가 제재에는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러시아와 경제적 유대 관계가 깊은 이탈리아와 네덜란드도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꺼리고 있다. 유럽연합(EU)은 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 정상회의를 열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 수위 등에 대해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