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전(前) 한국은행 부총재가 3일 차기 한국은행 총재로 내정됐다. 이 내정자는 1977년 한은에 입행해 조사국장, 정책기획국장, 부총재보, 부총재 등 핵심 보직을 거치며 재작년 퇴임할 때까지 35년간 한국은행에서만 근무했다.

한국은행은 2008년 금융 위기 때 한국에 닥쳐올 파장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고 위기 대응도 신속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해 9월 15일 리먼 브러더스가 붕괴하자 10월 9일에야 기준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금리 인하 폭이 너무 작아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지자 18일 뒤에는 인하 폭을 0.75%포인트로 확대했고, 다음 해 2월까지 6차례에 걸쳐 모두 3.25%포인트 인하했다. 위기 처방이 시장을 압도하지도 못했다. 이 내정자는 당시 한은 부총재보로서 국내외 경기 흐름을 진단하고 통화정책을 총괄했다. 실무 책임자로서 총재를 비롯한 금융통화위원들에게 어떤 건의를 했는지 검증(檢證)을 받아야 한다.

지금 미국은 경제 회복에 자신감을 가지면서 돈 풀기를 축소하기 시작했고 곧 금리를 인상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은행권 밖에서 국제 금융시장을 떠도는 자금의 규모는 71조달러(금융안정위원회 자료)로 전 세계 경제 규모(GDP)보다 17%나 많다. 중앙은행의 직접 통제를 받지 않는 거대한 단기성 자금이 언제든지 우리 경제를 위협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도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 내정자의 가세(加勢)로 관료와 교수 출신 각각 2명, 기업인 출신 1명, 한국은행 내부 출신 2명으로 구성되게 됐다. 아무리 봐도 국내외 금융시장의 움직임을 민감하게 파악할 만한 인물 구성은 되지 못한다. 한국은행이 금융시장 동향에 대해 날카로운 촉감(觸感)을 갖춘 인물들로 상설 자문 기구를 구성하든가, 지금 1명인 부총재 자리를 늘려 시장 친화적인 인물을 보완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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