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군이 크림 반도 동부 국경지대에 장갑차로 중무장한 병력을 운집시키는 등 우크라이나 과도 정부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가 사실상 ‘총성 없이’ 우크라이나 크림 반도를 장악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정부는 “절대로 크림반도를 포기하지 않겠다”며 항전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아르세니 야체뉴크 우크라이나 과도정부 총리는 3일(현지시각) 키예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누구에게도 크림반도를 넘겨줄 생각이 없다”며 “러시아는 지금도 그리고 미래에도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보낼 어떠한 근거도 없다”고 밝혔다고 인테르팍스 통신이 전했다.
미국이 러시아의 군사 행동을 두고 ‘경제 제재’까지 거론하고 나섰지만, 러시아 측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 성명을 인용해 러시아가 크림반도 동부 국경지대에 장갑차로 중무장한 병력을 운집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국경수비대는 “러시아 특수부대가 일부 우크라이나의 국경 부대를 이미 제압했다”며 “우크라이나-러시아 국경 지대의 긴장감이 매우 높아졌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 흑해함대가 있는 세바스트폴 부근에서 군함이 자주 출몰하고 있고, 크림반도의 일부 지역에서는 핸드폰 사용이 불가능해졌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제네바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극우 민족주의자들이 러시아인들의 생명과 이익을 위협하고 있다”며 “우크라이나의 정치 상황이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 주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고 BBC가 전했다.
미국의 강경 노선과 별도로 유럽연합(EU)은 러시아와 평화적 해법 모색에 나서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2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위기 타개를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진상 조사단을 만들자고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시위 사태 이후 러시아가 서방 측 제안을 처음으로 수용한 것으로, 군사 대치 상황을 벗어날 해법이 도출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은 키예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군사 행동은 아직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옵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정치·경제적 협력 등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