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동메달리스트인 이탈리아의 카롤리나 코스트너는 점프 회전 방향이 독특하다. 왼발잡이인 그는 시계 방향으로 돈다. 반(反)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오른발잡이 스케이터들과는 정반대다.
그가 왼발잡이라서, 회전 방향이 반대여서 곧바로 손해를 보지는 않는다. 그러나 왼발잡이 피겨 스케이터들은 에지(edge) 방향이 달라 심판 판정에서 불리하지 않을까 스트레스를 받는다. 무엇보다 연습장에서 '왕따'가 되기 쉽다. '역주행'을 해야 하는 왼발잡이들은 다른 선수들을 피해 점프 연습을 하기 어렵고 충돌 위험도 더 크기 때문이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16위에 머물렀던 그는 피겨 선수로서 환갑 같은 스물일곱 나이에 또 다른 핸디캡까지 이겨낸 것이다.
인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 김수현은 왼손잡이다. 필기도, 젓가락질도, 취미인 복싱도 왼손으로 한다. 그러나 극 중 도민준 역할을 하기 위해 피나는 오른손잡이 연습을 했다. '별그대'에서는 오른손으로 밥을 먹고 생선뼈를 발라내고 글씨를 쓴다. 대중의 잠재의식 속에서 '우아한 도민준'은 왼손잡이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오른손 중심이다.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할 때도 오른쪽에 티켓을 대야 하고, 냉장고·장롱 문도 오른손으로 열게 돼 있다. 왼손잡이가 글씨를 쓰려면 공책을 거의 90도 각도로 틀어야 하고, 가위질도 왼손으론 하기 어렵다. 소총도 왼손으로 쏘려다간 튀어나오는 탄피 세례를 피할 수 없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오른손은 '바른손'이었다. 학교에서 왼손으로 글 쓰고 밥 먹는 친구들이 선생님께 혼나면서 '바른손'으로 고치라고 강요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다. '박해받는 소수자(minority)' 왼손잡이는 이처럼 구조적인 '폭력' 속에서도 별 내색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박해를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더 강해지는 사람이 많았다.
1960년대 위대한 기타리스트인 지미 헨드릭스는 왼손잡이를 '악마의 상징'이라고 꾸짖는 아버지 때문에 오른손잡이 기타로 연습했다. 아버지가 보지 않을 때 오른손잡이 기타를 뒤집어 왼손으로 연주했고, '세 손가락 주법(奏法)' '치아로 물어뜯는 주법' 등 혁신적 음악 세계를 열었다. 그는 타임지(誌)가 선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왼손잡이 10인'에 선정됐다.
20세기 중반 전설적 골퍼 벤 호건은 불우한 가정 형편 때문에 골프장 캐디 일을 하면서 어깨너머로 골프를 배웠다. 왼손잡이였지만 왼손잡이용 중고 골프채조차 구할 수 없어 오른손 클럽으로 골프를 쳤고 세계 제일 골퍼가 됐다. 프로야구 SK의 좌완 투수 김광현은 2008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장에서 "골든글러브를 왼손잡이가 받으면 과연 왼손잡이용 골든글러브를 줄까 궁금했는데 결국 오른손잡이용이네요"라고 했다. 그 후 5년이 지나도 왼손잡이 골든글러브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자신들에 대한 아무런 배려가 없는 사회에 불평하지 않는 왼손잡이들은 더 강해지고 있다. 그들에게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