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금메달을 따면 동생들 운동복부터 사주고 싶어요."
지난 20일 서울 중구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함정혁(19)군은 다음 달 용인대 유도경기지도학과에 입학하는 '유도 유망주'이다. 7남매 다둥이 가족의 둘째인 정혁군의 가족은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는 큰누나 정희(20)씨를 제외한 6남매가 모두 유도·검도·체조의 현역 선수다. 정혁군의 꿈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그는 "언제나 헌 도복을 물려받아 온 동생들에게 항상 빚진 마음"이라며 "동생들이 돈 걱정 없이 운동할 수 있게 뒷바라지하고 싶다"고 했다.
작년 전국체육대회에서 3위에 입상한 정혁군은 어렵게 운동을 해왔다. 아버지가 당뇨와 뇌졸중 등으로 10년째 누워 있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가사도우미로 일하지만 운동하는 6남매의 밥값을 대기에도 빠듯하다. 정혁군은 백색·청색 한 세트에 40만원인 새 도복은 꿈도 꿀 수 없고, 항상 헌 도복을 입고 출전한다.
정혁군의 동생들도 각자의 종목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셋째 정우(18)군은 검도로 도내 수위를 다투고, 체조를 하는 넷째 정연(16)양은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혔다. 다섯째·여섯째·일곱째인 정재(14), 정욱(13), 정석(12)군은 "둘째 형처럼 되고 싶다"며 유도를 하고 있다. 한 살 터울인 '막둥이 3인방'은 모두 전국대회에서 메달을 따냈다.
정혁군의 도복은 옷깃이 다 해졌지만 동생들에겐 '승리의 부적'이다. 다섯째 정재군이 이 도복을 입고 우승한 후부터다. 동생들은 "그 도복에 유도를 잘하는 형의 기(氣)가 배어 있다"며 서로 물려받겠다고 다투기도 했다.
'올림픽 6남매'는 상장의 두께로 경쟁한다. 상장을 다시 펼쳐보며 "그때 이 기술을 썼어야 했다"며 시합을 복기(復棋)하기도 한다. 정혁군은 "누가 제일 먼저 태극마크를 달 것인지 온 남매가 내기를 걸었다"고 했다.
이날 어린이재단은 정혁군을 인재 양성프로그램인 '아이리더'에 선정했다. 앞으로 대학 기숙사비와 대회 참가비 등 운동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받게 된다. 아이리더에 선정된 재능 있는 청소년은 2010년 이후 207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