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하나, 일반 4년제 대학에 있지만 일반고엔 없는 것은? 수많은 정답 중 한 가지로 '예체능계열' 커리큘럼을 꼽을 수 있겠다. 음악·미술·체육 등 비(非)일반 교과에 관심 있는 고교생은 자신의 적성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 없이 문과나 이과를 선택해야 한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교육청이 마련한 게 '거점학교'다. 지난 학기 거점학교를 체험한 학생·교사가 느낀 장점과 개선방안 등을 정리했다.
Q. 사교육 없이 대학 진학할까?
A. 강사·학생 열정 있어 가능
골프, 클라이밍, 사격, 복싱, 기계 체조…. 천세우(양재고 2년)군이 체육 거점학교인 서울고에서 배운 종목은 스무 가지에 이른다. 그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매주 두 번씩, 총 28회에 걸쳐 서울고를 찾아 체육 실기·이론 수업을 들었다. 수업 후엔 '운동선수 전문 트레이너'란 구체적인 꿈도 갖게 됐다. 체지방 비율이 경도비만 수준인 25%에서 정상치(17~18%)로 내려간 건 덤으로 얻은 성과다.
천군은 다음 학기에도 거점학교 프로그램에 등록해 본격적으로 체대 입시를 준비할 계획이다. 그는 "큰돈 들이지 않고 체대 입학 고사에 대비할 수 있다는 게 거점학교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체대 입시 실기 고사에선 제자리멀리뛰기 등 기초 체력 평가가 큰 비중을 차지해요. 유도, 농구 등 특정 전공 실기 시험도 있지만 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뒤 막바지에 준비해도 늦지 않아요."
실제로 거점학교에서 대학 합격생을 배출한 사례도 있다. 김지미(서울 경복여고 3년)양은 미술 거점학교인 계성여고에서 단 2개월간 공부한 끝에 올해 계원예술대 영상디자인학과에 입학한다. 김양을 지도했던 채지연 계성여고 미술 교사는 "거점학교 관계자·학생·외부 강사의 열정이 이뤄낸 결과"라고 평가했다. 채 교사는 매주 8시간씩 진행되는 거점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한 학기 내내 토요일마다 출근하는 수고를 자처했다.
Q. 학원·개인 레슨과 차이점은?
A. 이론 병행해 창의력 상승
거점학교엔 일반고나 입시 학원에서 들을 수 없는 특별한 강의들이 마련돼 있다. 이를테면 미술 거점학교에선 '미술사(史)', 음악 거점학교에선 '연주' 등의 수업이 운영된다. 박정주 압구정고(음악 거점학교) 강사는 "다른 학생 앞에서 자신이 연습한 곡을 선보이는 연주 수업의 경우 실전 경험을 쌓는 데 도움됐다"고 말했다. 채지연 교사는 "이론 수업은 '생활 속에 미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려줘 동기부여와 창의력 향상에 유효했다"고 설명했다.
단, 입시 학원과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실기 수업은 경우에 따라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영신여고(음악 거점학교)와 입시 학원에서 동시에 레슨 받았던 장민석(중앙대 창작음악과 입학예정, 재현고 졸업)씨의 경우가 그랬다. "음악 레슨은 대부분 1대1로 이뤄져요. 선생님마다 강의 스타일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죠. 개인 레슨과 거점학교 선생님의 가르침이 부딪히는 수업 땐 (강사 동의하에) 아예 자습 시간을 갖고 혼자 곡을 썼어요."
수업 시수에 대한 건의도 있었다. 박정주 강사는 "학생 수대로 수업 시간이 쪼개져 심화 학습엔 부족했다"고 말했다. 장씨는 "강남권 고교에 다니는 친구의 경우 거점학교 수업을 다녀온 시간만큼 학교에서 보충 수업을 받아야 해 오히려 더 바쁘더라"고 말했다.
☞거점학교
서울시교육청이 ‘일반고 점프업 프로젝트’ 일환으로 추진한 사업. 지난해 9월부터 거점학교로 지정된 관내 24개 고교에서 시범운영 됐으며 일반고 2·3년생을 주 대상으로 한다. 지난 학기엔 음악·미술·체육·과학·제2외국어 등에 관심 있는 고교생 1137명이 거점학교에 모여 각 분야 심화 수업을 무료로 들었다. 올 3월부턴 191개교생 1841명이 31개 거점학교 수업에 참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