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제목이 '상냥함이 빙글빙글'인 일본인 작가 유키마사 리카의 새 에세이집은 지난달 한국에서 '저녁 7시, 나의 집밥'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일상의 소소하고 행복한 순간들을 기록한 이 책엔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꺼내 만들 수 있는 간단한 요리법이 함께 실렸다. 이 책을 낸 디자인하우스 김은주 편집장은 "집밥 같은 식당이 유행하고 집밥을 그리워하는 한국 사람이 많다는 데에서 착안해 한국어판의 제목을 이렇게 달았다. 가족과 둘러앉아 집밥을 먹는 일이 거의 없어진 우리 사회에선 집밥이 소소한 행복을 대표하는 말로 통용되는 듯하다"고 말했다.

팍팍한 삶 때문에 집에서 밥 먹을 일이 점점 없어지면서 집밥을 그리워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집밥 마케팅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신사역 부근 가로수길이나 홍익대 앞과 같이 젊은 직장인이 많이 모이는 거리엔 '최대한 집밥에 가깝게 만든 요리'를 내건 식당이 늘어나는 중이다.

요리연구가 홍신애가 지난해 가로수길에 연 '쌀가게 by 홍신애'는 매일 아침 도정한 쌀로 지은 밥을 낸다. 메뉴는 그때그때 다른 반찬이 나오는 '쌀가게 정식' 한 가지뿐인데 하루 100인분씩만 판다. 반찬은 어묵볶음, 멸치볶음, 된장국같이 여느 밥상에 나올 평범한 것들이다. 가로수길의 한식당 '연서'는 메뉴에 아예 '집밥'(6000원)을 적어놓고 판다. 식탁 일곱 개를 놓고 '엄마'를 연상케 하는 아주머니가 백반을 만들어주는 '엄마네 밥', '집된장찌개'라는 이름을 걸어놓고 최대한 집에서 먹는 된장찌개 맛을 내려 한다는 '나물먹는 곰'(현재 공사 중·3월 중 재개점), 직접 심고 가꾼 채소를 활용해 조미료 넣지 않고 만든 '그때그때 밥상'을 내건 '까페슬로비' 등 홍익대 앞에서도 집밥을 찾기는 어렵지 않다.

외식 컨설팅업체 장루하의 유지영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건강식과 지역에서 재배한 재료를 이용한 음식이 유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트렌드가 집밥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괜찮은 외식의 개념이 '유명한 맛집에서 화려하고 비싼 음식을 먹어야 한다'에서 '겉모습이 소박하더라도 믿을 수 있는 음식을 먹자'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깔끔하고 소박한 집밥을 제대로 만들 수 있는 요리책도 인기다. '한복려의 엄마의 집밥' '엄마가 차려준 밥상: 집밥이 그리울 때' '믿을 건 집밥뿐이다' 등 집밥 요리법을 내건 요리책이 지난 1년 동안만 열 권 정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