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여왕도 인간이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무결점 클린' 연기로 74.92점을 기록한 김연아(24)는 경기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긴장 때문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고 털어 놓았다.

김연아는 "웜업(준비운동)에서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며 "경기 직전까지도 긴장을 해서 점프를 제대로 뛰지 못하고 자신감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만큼 올림픽 2연패에 대한 국민 기대를 한몸에 짊어지고 있던 부담감이 컸다는 소리였다.

김연아는 강심장으로 유명하다. 큰 대회일수록 제 실력을 발휘하는 타입이다. 김연아 스스로도 "롱(프리스케이팅)은 몰라도 쇼트에서는 자신있게 잘 할 줄 알았다. 몇 달 동안 매일 클린을 해서 클린 안하면 억울할 것 같기도 했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김연아는 완벽한 연기를 선보인 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연습 때 했던 것과 뭐가 다르겠냐. 믿고 했다. 다행히 잘 마무리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좋은 경기를 펼친 원동력은 첫 점프에 있었다. 김연아의 쇼트 연기 구성은 김연아의 트레이드 마크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공중 연속 3회전)으로 시작된다. 기본점수가 10.10점인 고난도의 기술이다. 김연아는 이날 이 동작을 실수 없이 해내며 탄력을 받았다. 김연아는 "첫 점프를 걱정했는데 뛴 후 한시름 놨다. 첫 점프를 잘하다보니까 긴장이 풀려서 잘 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연아가 이날 기록한 74.92점은 올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집계한 기록 중 최고점수다. 종전 최고 기록은 아사다 마오(24·일본)의 73.18이었다. 다만 밴쿠버올림픽에서 김연아가 기록한 78.50점엔 미치지 못한다. 이에 대해 김연아는 "밴쿠버 때랑 룰이 바뀌었기 때문에 비교하는 건 어렵다. 클린 잘 했으니까 내일만 생각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하지만 프리스케이팅을 앞두고 느끼는 심경에 대한 질문에 김연아는 "(다리가 굳는) 오늘 같은 상황이 일어날까봐 걱정"이라면서도 "연습에서 잘 했기 때문에 자신감 있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올림픽 2연패를 향한 여왕의 전진은 거침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