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을 책임져야 할 학교가 그렇게 큰 행사를 하면서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됩니까?"
18일 오후 부산 금정구 부산외국어대학교 대학본부 2층에 마련된 대기실에 삼삼오오 모여 있던 학부모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대기실 앞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아무리 대학생이 성인이라고는 하지만 학생들이 4년간 아무 탈 없이 공부할 수 있도록 학교가 보살피는 것이 도리 아니냐?"고 말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교수 등 어른들을 빼고 무리하게 자체 행사를 진행한 학생들(총학생회)도 문제"라는 말도 나왔다. 지난 17일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한 학생 등 10명이 숨진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가 부산외대 총학생회와 학교 측의 부실한 행사 준비와 점검에도 일부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산외대에 따르면, 올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처음으로 총학생회가 단독으로 주관했다. 작년까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대학 측과 학생회가 공동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작년 학교 이전 과정에서 예산이 줄어든 학교 측은 올해 행사를 새 캠퍼스에서 입학식 당일 진행하자고 학생회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학생회는 "외부 행사로 하고 싶다"며 예산 지원을 요청했다. 학교 측은 예산 지원을 거부하다가, 결국 행사를 허가하고 버스 25대 대절 비용 900만원가량만 지원했다. 학교 측과 학생회는 작년까지만 해도 교비 1억2000만원가량을 들여 경주의 교육문화회관에서 신입생 환영행사를 진행해왔다. 올해는 학교 측 지원액이 턱없이 모자라자 총학생회가 신입생 6만5000원, 재학생 3만원가량의 회비를 걷어 비용 8000만원을 마련했다.
이 대학 한 교수는 사고 후 SNS를 통해 "예전에는 오리엔테이션을 학교 당국에서 지원해 더 좋은 곳에서 가졌는데 (올해는) 총학생회 행사로 진행돼 시설이 좋지 않은 곳에서 행사를 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저나 동료 교수들이 아무도 참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사고가 난 리조트가 주변의 다른 시설에 비해 싼 곳은 아니다"고 말했다. 총학생회장단은 "작년처럼 행사가 진행됐다면 학과별로 교수님들도 참여하고, 회비(신입생 6만5000원)를 안 내도 되고, 안전문제도 좀 더 챙기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갑작스러운 장소 변경도 문제로 지적됐다. 학교 관계자는 "총학생회가 지난 1월 신입생 환영회 장소를 물색하던 중 경주 보문단지에 있는 다른 콘도를 선택했지만 이미 다른 대학의 행사가 예정돼 있어 급하게 장소를 변경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이 이 과정에서 행사가 진행되는 장소의 안전성 여부를 미처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학교 측은 보고 있다.
사전 답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날씨 등 현지 상황에 대한 파악도 미흡했다. 사고 현장을 둘러본 김학현 부산외대 총무처장은 악천후 속에서도 신입생 환영회를 강행한 이유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학생들이 출발할 당시 부산은 비가 내리고 있어 경주 날씨가 이 정도인 줄은 예상치 못한 채 일정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총학생회장단도 "대규모 폭설이 내리는 상황이 아니어서 건물 붕괴에 대해 별로 우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이미 일주일 동안 50㎝의 눈이 내려 쌓여 있었고 눈이 더 내릴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와 언론 보도도 있었던 지역이다.
안전 사항 등을 점검해야 할 교수 등 학교 관계자들이 거의 참석하지 않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던 것도 문제였다. 이번 사고가 발생한 오리엔테이션에는 학교에서 교수 1명과 교직원 2명만 동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