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한반도에 '겨울'과 '봄'이 공존하는 것 같은 '이상한 겨울'이 이어지고 있다. 강원 영동 지역은 폭설이 쏟아지는 한겨울인데 서울 등 다른 지역은 눈도 많이 오지 않고 기온도 올라 2월에 이미 봄이 찾아온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영동 또 '제설기 폭설'…20㎝ 눈 더 와

동해안 지역은 최근 남쪽에서 올라온 습기를 잔뜩 머금은 따뜻한 바람과 북쪽 찬 바람이 만나 제설기 같은 눈구름이 만들어지면서 연일 폭설이 내린다. 이미 눈 피해가 큰 강원 영동 지역은 18일까지 최대 20㎝에 이르는 눈이 추가로 올 것으로 예상돼 비상이 걸렸다. 18일까지 예상 적설량은 제주 산간 10~30㎝, 강원 영동과 경북 북부 동해안, 경북 북동 산간 5~20㎝ 정도다. 김남욱 기상청 예보정책과장은 "강원 영동 지역은 18일 밤 눈이 거의 그치겠지만 19일 새벽에 눈이 조금 온 뒤 20일 오전부터 21일 오전 사이 또다시 비교적 많은 눈이 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위)지난 15일 전라남도 영암군 월출산 국립공원에서 겨울잠을 깬 개구리가 발견됐다. 이 지역에서 올해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깬 시기는 예년보다 20일 정도 이르다. (아래)폭설이 내린 강원도 고성 진부령 일원에서 한국멸종위기야생동식물보호협회 회원이 폭설에 갇혀 탈진한 산양을 구조하고 있다.

강원 영동에 내린 눈은 이미 역대 기록을 갈아치운 상태다. 기상청에 따르면 강원 강릉 지역에 지난 6일부터 9일 동안 연속 내린 눈은 1911년 이 지역 기상 관측 103년 만에 최장기 눈이었고, 지난 11일 오전 기록한 적설량 110㎝는 1990년 이래 24년 만에 가장 많이 쌓인 눈이었다. 이로 인해 폭설 피해액이 120억원을 넘었다는 게 소방방재청의 설명이다.

반면 다른 지역은 태백산맥이 '병풍'처럼 가로막아 눈구름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 서울의 1월 강수량은 13㎜ 정도로 평년(20.6㎜) 대비 63% 정도다. 허진호 기상청 통보관은 "서울 등 수도권은 이번 주말까지도 눈비 소식은 없다"고 말했다.

◇따뜻한 날씨에 '2월의 봄'

하얀 겨울인 강원 영동과 달리 다른 지역은 기온도 올라 이미 봄이 찾아왔다. 전남 월출산 국립공원에서는 예년보다 20일 정도 빠른 지난 15일 이미 잠에서 깬 개구리가 발견됐다. 경남 진주 국립산림과학원 남부산림연구소는 지난달 20일 평년보다 10여일 빨리 납매가 만개했다고 전했고, 변산반도 국립공원에는 봄의 전령인 변산바람꽃이 3주 정도 빨리 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겨울은 평년(1981~2010년 평균)보다 평균 기온이 대체로 높았다. 전국 평균 기온은 지난 12월 영상 1.5도로 평년과 유사했고, 1월과 2월(1~16일)엔 각각 평년보다 1.5도와 1.2도 높았다. 서울은 12월엔 평년보다 약간 추웠지만 1월과 2월엔 평년보다 기온이 각각 1.7도와 0.9도 높았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찬 공기의 남하를 가로막는 방향으로 '북극진동'이 강했다거나 북극 바다가 예년보다 더 많이 얼어 있는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끼쳐 한반도까지 찬 공기가 덜 불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포근한 겨울에 울고 웃는 곳도 생겼다. 겨울 의류와 방한용품 판매는 크게 줄었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올해 1월 내의(-19.5%)나 점퍼(-23.6%), 장갑(-22.6%) 등의 판매량이 작년 1월에 비해 급감했다. 대표적인 겨울 축제로 꼽히는 '빙어축제'는 울상이다. 강화 등에서 열린 빙어축제는 1~2주간 휴장하기도 했다.

반면 아이스크림 업체들은 동절기 불황을 피했다. 배스킨라빈스 측은 "아이스크림 관련 품목 판매가 작년 1월 대비 5% 신장했다"고 말했다. 포근한 겨울에 재래시장도 비교적 덕을 봤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올해 1월 전통 시장의 '업황전망 시장경기동향지수'가 작년 70.7 대비 74.6으로 3.9포인트 증가했다"며 "따뜻한 기온에 전통 시장까지 발길이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