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아베 말이야/군국주의 혈통 자랑하느라/극우 정치 술수로 표심 자극하느라/천왕폐하의 신민에게/위안부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고/늙은 일장기 아래서 생떼 부린/버림 받은 빈 깡통 아베, 아베 말이야'

김종철 한국시인협회장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조롱하는 시 '못을 박으려면 대가리를 내리쳐라'를 내놓았다. 김 시인은 일본군위안부 문제를 다룬 연작시 6편을 계간 '시인수첩'에 발표했다. 김 시인이 지난 11일 제39대 한국시인협회장으로 선출된 다음 날 나온 잡지에 실린 연작시다. 공교롭게도 시인 1500명을 회원으로 둔 한국시인협회장이 우리 시단(詩壇)을 대표해 일본 극우파를 비판한 셈이 됐다.

김종철 시인은 "위안부들을 강제 동원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아베 총리를 '검은 콩조림'에 비유했다. '녹슨 못 넣어 더욱 검게 한 콩조림 요리법처럼/등 굽은 녹슨 아베, 아베 말이야/일제 침략 역사를 더 검게 왜곡시킨 콩조림―'.

“일본 극우파의 망언에 맞서는 말싸움을 시(詩)로 하고 싶었다”며 일본의 역사 왜곡을 비판한 연작시를 발표한 김종철 한국시인협회장.

일본에선 검은 콩자반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녹슨 못을 넣는다고 한다. 콩자반이 반질반질하게 빛나서 먹음직스럽게 보이라는 전통 조리법이다. 녹슨 못의 산화철과 콩의 탄닌 사이에 일어나는 화학작용을 이용한다. 김 시인은 그런 일본의 음식 문화에 착안해 아베 총리의 역사 왜곡을 '녹슨 못으로 더욱 검게 한 콩조림'과 같다고 묘사했다. 천주교 신자인 김 시인은 성모송(聖母誦) '아베 마리아'를 비튼 언어 유희로 아베를 나무라기도 했다. "아베, 아베 말이야"를 후렴처럼 되풀이했다. 사실은 혀를 차며 "아베, 아베 (그 친구) 말이야"라고 깎아내리는 표현을 담았다. '등 굽은 녹슨 아베'는 역사를 왜곡한 아베를 '굽은 못'으로 형상화한 말이다. 이 시의 제목 '못을 박으려면 대가리를 내리쳐라'는 네덜란드 속담에서 따왔다. 정곡을 때리라는 뜻이다. 김 시인은 일본의 역사 왜곡에 정면으로 대응하려면 극우파의 '우두머리'부터 때리라는 전언을 담았다.

김종철 시인은 1943년 일본군 위생병으로 복무한 마츠모토 마사요시가 "위안부는 성노예였다"고 참회한 증언도 시로 다뤘다. '삼백 명 주둔한 산간 부대 위생일지에/가득 채워진 성병검사와 606호 주사들/삿쿠 끼고 생의 낮은 포복을 한/스물한 살이었던 노병 마츠모토의 고백/ "그들은 성노예였습니다"/위안부 몸의 역사는 못 박힌 일본 제국의 전사(戰史)다.'

위안부들이 몸으로 겪은 수난의 역사를 못에 비유했다. 위안부들의 가슴에 숱한 못이 박혔다. 이젠 위안부들의 고통이 거꾸로 못이 돼야 한다. 일본 제국의 죄악을 역사의 형틀에 확실히 못 박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시인은 연작시에서 '못'의 이미지를 여러 차례 동원했다. 그는 "못 박힌 우리 역사의 고통을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25년째 못을 비유법으로 활용한 시를 꾸준히 써오고 있다. 시집 '못에 관한 명상' '못의 사회학'을 지금껏 냈다. 그는 "못은 고통을 뜻하지만 못 박힌 사람들은 부활을 꿈꾼다"고 했다. 스스로 "못을 자주 쓰다 보니 내가 어느덧 '(시를) 못 쓰는 시인'이 됐다"고 우스개를 던지기도 한다.

김 시인은 지난해 병원에서 췌장암과 간암 말기 판정을 받아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그는 결코 포기하지 않고 기도를 하면서 투병한 끝에 건강을 되찾았다. 그는 현재 '프리미엄 조선'에 암 투병기를 연재하고 있다. 임기 2년의 한국시인협회장이 된 그는 "앞으로 시인협회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시 읽기 운동을 벌이겠다"며 "시 한 줄이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