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영웅 초상화 노가다 화가 김승우씨

"나라와 국민을 위해 귀한 목숨을 바친 천안함, 참수리호 희생 장병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해야 되지 않을까요?"

아마추어 화가인 김승우(49)씨는 요즘 윤영하 대위, 이창기 준위, 한주호 준위, 남기훈 원사 등 천안함, 참수리호 희생 장병들의 초상화 그리기에 미쳐 있다.

16일 만난 김씨는 한주호 준위 초상화, 참수리호 그림 등을 들고 왔다. 그는 "이념이고 생활이고 뭣이든 간에 먼저 나라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며 "참수리호 윤 대위, 천안함 남기훈 원사, 천안함 구조 중 숨진 한준호 준위 등 영웅들의 숭고한 정신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그림을 그린다"고 말했다.

김씨가 이들 천안함·참수리호 희생장병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2년여쯤 됐다. 해병대 출신인 그는 "종종 정치인·운동권 인사 등의 종북발언 파문이 일어나는 걸 보고 '이래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참수리호 희생자 6명을 다 그렸고, 천안함 희생자(구조 중 사망자 포함) 46명 중 4명의 초상화 작업을 마쳤다.

천안함, 참수리호의 모습도 그림 작업 중이다. 나머지 천안함 42명의 희생자 초상화는 앞으로 남은 숙제다.

김씨는 "희생자들의 얼굴을 그릴 수 있는 큰 사진을 구할 수 없어 작업 진척이 늦어지고 있다"며 "그린 초상화들은 모두 유족이나 해당 군부대에 기증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프로 화가가 아니다. 정규 교육을 받은 것도 아니다. 중학교 때 미술 선생님에게 간혹 배운 것과 화법 책을 보고 독학한 것이 전부다. 그래서 연필화만 그린다. 하지만 자신의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인터넷 상에선 꽤 알려진 '화가'다. "아마추어지만 프로 수준 못지 않다"란 평이 많다.

그는 수산계 고교 졸업 후 원양어선을 타다 1996년 사고를 당했다. 그때 오른 팔을 다친 후유증으로 손에 힘을 주지 못한다. 그런 그가 중·고교 때 놓았던 연필을 다시 잡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9년. 임종을 앞두고 제주도의 한 요양원에 입원 중인 어머니가 유언처럼 "네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려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여러 번 시행착오를 거쳐 연필에 휴지를 붕대처럼 감아 굵게 만든 뒤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말했다.

초상화 1점을 그리는데 대개 3~4일쯤 걸린다. 손이 불편하기도 하고 생업 때문에 짬짬이 그린다. 김씨는 현재 일용직 인부로 생계를 잇고 있다. 다쳐서 배에서 내린 뒤 사업 등을 하다 실패했기 때문이다. 목공 등 기술을 쓸 경우 일당 15만원, 현장청소 등 허드렛일을 하면 일당 8만원을 받는다.

그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노가다"라며 "그러나 그림을 통해 뜻있는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나머지 천안함 희생자 초상화를 다 그려 오는 6월 말 길거리 전시회를 갖는 게 요즘 김씨의 꿈이다.

그는 "전시회를 마치고 나면 유족들에게 기증할 것"이라며 "앞으로 비인기 종목인 컬링 대표팀 등처럼 사회를 위해 묵묵히 피와 땀을 흘리고 있는 분들의 초상화를 그려 그들의 정신과 희생을 기리는 봉사단체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