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이재현을 징역 4년 및 벌금 260억원에 처한다."

1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23호 법정. 이 법원 형사24부 김용관 부장판사가 1600억원대 탈세·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54·사진) CJ그룹 회장에 대한 선고 공판 막바지에 주문을 읽는 순간 피고인석에서 일어나 주문을 듣던 이 회장은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CJ그룹 임직원들로 가득한 방청석에선 낮은 한숨이 나왔다.

사흘 전 김승연(62) 한화그룹 회장과 구자원(79) LIG그룹 회장이 각각 파기환송심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풀려난 상황이라, 법정 안팎에선 집행유예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징역 3년형 이하여야 집행유예가 가능한데 재판장이 '징역 4년'을 읽는 순간에 이미 집행유예는 불가능해졌다.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하지만 이 회장의 사회적 유대관계와 건강 상태 등을 볼 때 도주 우려가 없다고 판단돼 법정 구속은 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기고 법정을 떠났다. 작년 7월 현 정부 들어 첫 구속 기소된 대기업 오너인 이 회장은 작년 8월 신장 이식 수술 등을 이유로 구속 50일 만에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났고, 이달 말까지 한 차례 연장됐다.

이날 재판부는 546억원의 조세 포탈 혐의에 대해 차명 주식 무상 증자 및 해외 특수목적법인을 통한 조세 포탈을 제외한 부분의 260억원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회계장부 조작 등을 통해 CJ그룹의 국내외 법인을 통해 719억원을 횡령했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비자금 조성 및 보관 방법, 결산 방법 등을 볼 때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개인 빌딩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CJ그룹의 일본 법인에 보증을 서게 하면서 회사에 392억원가량의 손실을 끼친 혐의(배임)에 대해서도 "회사 재산을 보존·관리할 임무가 있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CJ그룹은 삼성그룹에서 독립된 후 식품·물류·문화 산업 등으로 국가 산업·문화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면서 "그럼에도 이 회장은 개인 재산을 늘리고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해 여러 범행을 저질러 기업 발전을 막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이 회장이 보유한 차명주식 중 일부는 조세 포탈 목적이 아니라 CJ그룹이 삼성에서 독립하는 과정에서 경영권 방어를 위해 보유한 점, 비자금뿐만 아니라 개인 재산을 이용해 직원들에게 격려금 및 주식(400억원 상당)을 준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CJ그룹 관계자는 "경영 공백이 장기화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