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본부(WPRO)는 13일 "한국 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며 "필요할 경우 WHO가 보유한 보건학적·법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건강보험공단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건강보험공단은 빠르면 다음 달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흡연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WPRO 수전 메르카도(Mercado) 건강증진국장은 본지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 등 177개국이 비준한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 따르면, 소송 제기도 담배 규제를 위한 중요한 정책적 수단 중 하나"라며 "한국의 담배 소송 제기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올 것"이라고 했다. 특히 서태평양 지역은 인구로는 전 세계 4분의 1(18억명)을 차지하지만 흡연자는 전세계 3분의 1인 4억3000만명이나 되는 등 흡연율이 높은 편인데, 한국의 사례는 지역 내 금연 분위기 확산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등 아시아 지역은 다국적 담배 회사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지역이라 소송 결과가 지역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메르카도 국장은 "소송은 법정 공방을 통해 진실을 밝히고 잘못은 처벌, 손해는 배상하는 절차인 만큼 승소 여부를 떠나 국민에게 담배의 해악을 정확히 알리는 교육·홍보 효과가 크다"고 했다.

이에 대해 건강보험공단 김종대 이사장은 "최근 WPRO로부터 담배 소송을 지지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빠르면 이달 중 실무단을 마닐라 WPRO 본부에 파견해 담배 해악을 입증하는 WHO의 풍부한 전문 자료와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