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 동북쪽 남태평양에 위치한 섬나라 '키리바시'의 국기.

오스트레일리아 동북쪽 남태평양에 있는 섬나라 ‘키리바시’가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국가 전체가 물 속에 잠길 위험에 처했다. 이에 이웃 섬나라인 피지가 “키리바시가 가라앉을 경우 키리바시 사람들의 이주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3개 군도 33개의 섬에 인구 10여만명이 살고 있는 소규모 국가 키리바시는 1999년 UN에 가입한 UN회원국 중 하나이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속도로 해수면이 상승할 경우 21세기 말에는 나라 전체가 바닷 속으로 가라앉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키리바시는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이 점점 바다에 잠기자 식량 안보차원에서 피지 땅 약 2428만여㎡를 구입하기도 했다.

이렇게 위기에 처한 키리바시를 이웃 섬나라인 피지가 돕겠다고 나섰다. 피지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10일 키리바시를 방문한 피지 대통령 라투는 키리바시가 물에 잠길 경우 키리바시 국민들을 피지에 모두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11일 키리바시 대통령 아노테의 초대로 진행된 국빈 만찬에서 라투는 이같은 뜻을 밝히면서 “피지는 키리바시가 위험에 처했을 때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다. 키라바시가 위기에 처했을 때 위험을 피할 수 있다면 가능한 모든 방법을 시도할 것이고,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키리바시 국민들이 버려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피지는 인산염 채광으로 키리바시의 바나반 섬 주민들이 섬 밖으로 내쫓길 위기에 처하자 이들의 이주를 수용한 바 있다.

라투는 이같은 사실을 언급하며 “똑같은 일이 또 발생하더라도, 우리는 기꺼이 키리바시 사람들의 이주를 수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불어 라투는 키리바시 사람들이 피지로 이주하더라도 키리바시가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투는 “바나반 섬에서 이주한 이들은 여전히 키리바시 국회에 그들의 의석을 가지고 있다”면서 “키리바시 사람들의 정신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국가란 단지 물질적인 장소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와 국가에 대한 소속감은 시민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피지가 키리바시에 이같은 태도를 취하는 것은 피지 역시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천천히 물에 잠기고 있는 ‘동병상련’의 처지에 있기 때문이다. 라투는 “피지도 이미 한 마을이 해수면 상승을 피해 다른 곳으로 이주했고, 곧 또 다른 마을도 같은 이유로 이주할 예정이다. 피지의 676개의 마을이 비슷한 위험에 처해있다”면서 “지구 온난화는 키리바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태평양 섬나라 모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라투는 “유엔의 회원국이자 엄연한 주권국가인 키리바시 공화국이 천천히 파도 속으로 가라앉는 것을 그저 옆에서 바라보고만 있는 것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유엔 회원국과 대사들에게 태평양 섬나라들이 처한 위험과 탄소대량배출국가들의 이기적인 면모를 알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