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법원에서 실형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됐던 대기업 오너들이 상급 법원에서 잇따라 집행유예 선고를 받고 풀려났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기정)는 11일 그룹에 수천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배임) 등으로 기소돼 1·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김승연(62) 한화그룹 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회장에게 30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재판부는 "개인적 치부(致富) 목적이 아니라 한화그룹 전체 재무적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계열사 자산을 동원하는 과정에서 범행을 저지르는 등 동기에 참작할 부분이 있다"며 "계열사에 실질적인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피해 회복을 위해 1597억원을 공탁하는 등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를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어 "우리나라 경제 건설에 이바지한 공로 및 현재 건강 상태를 참작해 형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같은 재판부는 이날 2000억원대 사기성 기업어음(CP)을 발행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구자원(79) LIG그룹 회장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구 회장의 장남 구본상(44) LIG 넥스원 부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반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차남 구본엽(42) LIG건설 전 부사장에게는 사기성 어음 발행에 관여한 점을 인정해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구 회장에 대해 "피해금액 상당수를 변제하고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 허위 재무제표 작성·공시 범행에 가담하지 않고 고령인 데다 건강이 좋지 않은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