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대표 김아랑·박승희 등 제자들이 2012년 5월 스승의 날을 맞아 당시 교통사고로 병상에 있던 조남규 코치에게 보낸 편지

'쌤(선생님)이 열심히 치료받으실 동안 저는 더 열심히 운동하고 있을게요. 쌤 못 봐서 짱 짱 보고 싶어요.'(쇼트트랙 국가대표 김아랑)

'쌤도 얼른 나으셔서 우리랑 같이 운동도 하시고 축구도, 스타크래프트도 하셔야죠. 금방 오실 거라고 믿고 있을게요.'(쇼트트랙 국가대표 박승희)

쇼트트랙 코치 조남규(29)씨는 2년 전 병상에 누워 '커다란 편지'를 받았다. 2012년 5월 교통사고로 왼쪽 팔을 크게 다친 그가 실의에 빠져 있을 때였다. 개인 코치를 맡은 지 4개월 된 박승희(22·화성시청), 박세영(21·단국대), 김아랑(19·전주제일고) 등 제자들이 스승의 날을 맞아 노란 도화지 위에 정성스럽게 꾸민 편지와 사진을 보낸 것이다.

"운동도, 코치 생활도 모두 그만두려고 했죠. 제자들의 응원과 격려로 다시 시작할 마음을 먹었어요. 사고 한 달 만에 링크로 돌아가 아이들과 함께 부대끼는 생활이 하루하루 큰 힘이 됐어요."

그렇게 2년간 함께 울고 웃은 제자 중 3명이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다. 박승희와 김아랑은 10일 열린 쇼트트랙 여자 500m 예선을 통과했다. 3000m 계주에서도 결선에 진출했다. 박세영은 쇼트트랙 남자 1500m 준결선에서 탈락했지만 5000m 계주가 남아있다.

조남규(앞에서 둘째) 코치가 지난 7일 경기도 화성의 유앤아이센터 아이스링크에서 쇼트트랙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

사고로 왼팔을 크게 다친 뒤에도 조씨는 경기도 화성 유앤아이센터에서 선수들과 함께 훈련했다. 선수들이 태릉선수촌에서 대표팀 훈련을 하는 중에는 주기적으로 만나 훈련 상황을 점검했다. 조씨는 "내가 매번 문턱에서 미끄러진 올림픽에서 제자들이 메달을 따내는 것이 지도자로서 내 목표"라고 말했다.

조씨도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였다. 2002년 대표로 처음 선발돼 세계선수권 5000m 계주 금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올림픽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2006 토리노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대표 선발전에서 경기 도중 허리를 다쳐 기권했다. 2010 밴쿠버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는 부정 출발로 실격당했다.

조씨는 잘할 땐 칭찬을 많이 해주고, 힘들 땐 같이 수다 떨고 컴퓨터 게임도 하면서 제자들 마음을 얻었다. 그는 "선수들이 지쳐 있을 땐 '장비 탓, 부상 탓 하지 마라. 선생님도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 열심히 하는데 네가 그러면 되겠니' 하고 타이르면 금방 알아듣고 눈빛이 달라지더라"고 했다.

박승희·세영 남매의 어머니 이옥경(48)씨는 "코치님의 강한 내면을 배운 아이들이 인생의 멘토가 되어준 코치님께 늘 고마워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