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보〉(115~140)=유명 프로 기사 대부분이 그렇듯 저우루이양의 '첫 스승' 역시 아버지였다. 그는 아들의 놀라운 재능을 확인하자 하던 일을 정리하고 온 가족의 베이징 이주를 단행할 만큼 극성스러웠다. 하지만 워낙 다혈질이어서 저우가 어린 시절 바둑에 지고 들어오는 날이면 무차별적 체벌을 가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어느새 스물이 넘은 저우는 이렇게 말하고 다닌다. "아버지의 그런 열정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어요. 내가 미워서 때렸을 리는 없잖아요?"

백이 △에 둔 장면. 흑은 120 자리 절단을 두려워하지 않고 115로 중앙을 틀어막았다. 120으로 끊긴 것이 너무 아프지 않을까. 하지만 115가 옳은 선택이었다는 것은 133까지의 결과와 참고도를 비교해 보면 확연해진다. 누가 봐도 하변의 손실보다 중앙의 소득이 더 크기 때문.

수순 중 125로는 '가'로 젖혀 패(覇)를 할 수도 있다. 물론 지금처럼 좋은 형세에서 그런 모험을 하는 건 바보짓이다. 바둑은 접전에서의 수읽기뿐 아니라 형세 판단에 따른 계산력, 조심성 등을 두루 요구하는 '종합 격투기'다. '맞으면서 성장한' 천재답게 저우루이양의 처리는 모든 부분서 완벽하다. 135부터 140까지는 이런 정도. 상중앙 쪽이 유일한 미해결의 땅으로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