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흥국들이 출렁된 주 원인은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같은 외부 요인보다는 개별 위기국들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와 정책 실패가 더 크게 작용했다고 타일러 코웬 조지메이슨대 경제학 교수가 뉴욕타임스(NYT) 8일자 칼럼에서 주장했다.
NYT 객원 칼럼니스트인 그는 이날 기고문에서 최근 아르헨티나와 우크라이나, 터키, 태국 등 일부 신흥국들의 통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금융위기설까지 불거진 데에는 공통적으로 ‘정책 실패’ 문제가 있다면서 조목조목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우선 아르헨티나의 경우 정부는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려고 하다가 역풍을 맞았다. 제도 개혁이라는 고통스런 길을 택하는 대신 손쉬운 통화 팽창의 방법을 택했다가 쓴 맛을 보고 있다는 것. 정부가 재정 지출을 확대하면서 물가가 뛰었다. 페소화 가치에도 거품이 끼었고, 경상 수지 적자도 누적됐다. 현재 아르헨티나 정부는 다시 재정 부채를 줄이기 위해 연금 등 복지 혜택을 축소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바꾸고 있다.
터키도 정책적인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다. 터키 통화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할 시기를 놓치면서 리리화 가치가 급속하게 추락했다. 개입 시기를 놓친 것은 금리 인상 같은 통화정책을 두고 중앙은행과 정부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대립한 결과다. 지난달 리라화 가치가 연일 곤두박질쳤을 때도 터키 중앙은행은 긴급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금리 인상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현재 천연가스, 원유 등 수입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터키 정부는 러시아를 상대로 가격 인하 협상을 시도하는 상황이다.
우크라이나와 태국은 정부가 사회적인 합의 없이 정책을 추진하면서 대규모 시위 등 사회 불안 상황이 이어졌다. 우크라이나의 경우, 정부가 유럽연합(EU)과의 경제 협력 논의를 급작스럽게 중단하면서 대대적인 시위가 시작됐다. 이 같은 사회 불안 문제는 우크라이나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 등 경제적인 충격을 가져왔다.
태국도 국내 정치 구조의 문제가 크다. 잉락 친나왓 총리가 부정부패 문제로 복역 중인 탁신 친나왓 전(前) 총리를 사면하겠다고 나서면서 국민들의 반발을 샀다. 수도 방콕 곳곳에서 시위가 이어지면서 비상사태가 선포될 정도다. 경제 전문가들은 관광산업 비중이 큰 태국 경제에 이 같은 장기 시위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웬 교수는 “인도네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러시아 등도 (통화 가치 하락 등 사태에) 취약한 국가들”이라며 “이 나라들의 가장 큰 약점은 국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신흥국들 중에서 정부의 내부 갈등 조율 능력이 돋보이는 국가로는 금융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칠레와 멕시코, 말레이시아를 꼽았다. 코웬 교수는 “멕시코의 경우 이전보다 경제 성장 속도가 둔해졌지만, 정부가 에너지 산업을 자유화하고 교육 분야를 개혁하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다”며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