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주 의회에서 동해 병기(倂記) 법안이 최종 통과된 것은 미국 내 한인 사회에 '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심어줬다. 한인 사회는 여세를 몰아 캘리포니아와 뉴욕·뉴저지 등 한인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동해 병기를 확산하고 궁극적으로 미국 연방정부의 '일본해 단일 표기' 원칙도 변경한다는 계획이다. 한인 단체들은 2016년 미국 대선에서 후보자들에게 동해 병기 약속을 받아내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 연방정부의 공식 입장이 바뀌면 오는 2017년 열리는 국제수로기구(IHO) 총회에서도 동해 병기를 위한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0년 미국 인구조사에 따르면 한국계 인구는 170만명(전체 인구의 0.6%)으로 일본계(130만명·0.4%)보다 많다.
◇23년 만의 쾌거
국제적으로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된 것은 1929년부터다. 바다 명칭을 정하는 IHO 전신인 국제수로국이 처음 발간한 공식 해도집(海圖集)에 일본해로 단독 표기했다. 이 표기는 1953년 3차 개정판까지 유지돼 현재도 사용되고 있다. 당시 한국은 식민 지배와 6·25전쟁을 겪으며 동해 명칭 문제에 어떤 입장도 내놓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1991년 유엔에 가입한 이후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한국은 2000년 넘게 이 수역이 동해라는 명칭으로 불려온 만큼 최소한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할 것을 IHO에 촉구했다. 이후 일본과 한국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며 IHO의 해도집 4차 개정판 발간은 미뤄지고 있다.
미국의 한인 사회도 1990년대부터 동해 병기 운동을 펼쳐 왔다. 이들은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등 언론 기고와 항의 서한 전달, 연방 의원 설득 등을 통해 동해 병기의 정당성을 홍보해왔다. 그 결과 2007년 프렌티스 홀, 맥두걸 리텔, 글렌코 맥그로힐 등 미국 3대 교과서 업체가 중학교용 세계지리 교과서에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도록 하는 성과를 거뒀다. 일본해로만 표기하던 NYT·WP 등 주요 언론도 두 명칭을 병기하거나 아예 쓰지 않는 것으로 원칙을 바꿨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검색 사이트인 구글은 지도에 동해와 일본해를 병기하고 있고, 야후는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일본해라는 표기를 지도에서 삭제했다.
◇미 정부 표기 변경을 목표로
재미 한인 사회의 최종 목표는 미국 정부가 병기를 인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연방정부는 '해양의 명칭은 하나로 쓴다'는 단일 명칭 원칙(Single Name Policy)을 적용하고 있다. 미 정부는 2012년 한인 사회가 동해·일본해 병기 청원을 백악관 웹 사이트에 올리자 "일본해 단일 표기가 미국 정부의 입장"이란 공식 답변을 내놓았다.
2007년 미 의회의 위안부 결의안 통과를 이끈 한인 유권자 단체 '시민참여센터'의 김동석 상임이사는 "버지니아의 성공 노하우를 확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인 유권자들의 세를 규합한 풀뿌리 운동으로 유력 정치인들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스가 요시히데(管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7일 기자회견에서 버지니아주 의회의 결정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