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이 7일(현지시각) 소치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개막한다.

‘핫, 쿨, 당신의 것(Hot, Cool, Yours)’

러시아 소치 올림픽이 이런 슬로건을 앞세우고 7일(현지시각) 막을 올린다. 개막식은 현지시각 오후 8시 14분(한국시각 8일 오전 1시 14분) 소치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우주정거장까지 다녀온 성화가 올림픽 기간 내내 소치를 환히 밝히게 된다.

대회 조직위는 이번 대회가 역대 최대 투자 규모라고 자랑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소치 효과’를 호언장담하며, 대회 준비에 우리 돈 53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정작 러시아 국민은 지구촌 축제를 안방에서 맞이하고도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민생을 외면한 채 치적 과시에만 혈안이 돼 돈을 펑펑 쓰는 정부를 향한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도 대회 개최를 앞두고 러시아 정부의 축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무디스는 지난 5일 보고서에서 “막대한 비용을 들여 동계올림픽을 개최하더라도 러시아 경제 성장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 역대 최대 규모 투자…인프라 대거 확충

러시아는 이번 소치 올림픽 개최 준비에 500억달러(약 53조원) 넘게 투입한 걸로 전해졌다. 중국이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 개최에 들인 비용(400억달러)을 넘는 역대 최대 규모다.

블룸버그는 6일 “러시아 경제가 흔들리는 상태에서 푸틴 대통령은 경제 성장을 부활시키기 위해 필요한 학교와 병원, 인프라(사회기반시설)에 돈을 쓰지 않고 올림픽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부었다”고 전했다.

소치는 러시아에서 고급 휴양도시로 꼽힌다. 하지만 동계올림픽 유치 전까지는 교통이나 동계스포츠 등의 인프라가 거의 없었다. 대회 개최지로 선정됐을 당시 갖추고 있던 인프라는 전체 필요한 시설의 15%에 불과했다.

푸틴 대통령은 동계올림픽에 따른 관광 수입이 대회 개최 비용을 넘어설 거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으며 대회 준비에 자원을 총동원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시아는 주경기장과 4곳의 스키 리조트를 포함해 14곳의 경기 시설을 새로 지었고 호텔 객실 수를 1만9000개 늘렸다. 7만3000명의 노동력을 투입해 길이 260킬로미터의 도로와 총 200킬로미터에 달하는 철도를 만들고 교량 54개와 터널 22개를 새로 건설했다.

◆ 성장률ㆍ통화 가치 하락으로 경제 암울

하지만 러시아의 국가 경제 사정은 푸틴 대통령의 장밋빛 계획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6일 “소치 동계올림픽 개막은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에 최고의 순간이 돼야 할 시기지만, 러시아 경제 둔화와 겹쳐 모양새가 이상해졌다”며 “정부 지출의 타당성에 관한 공론화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러시아의) 정치 체제에서도 이번 동계올림픽 비용이 러시아 정부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고 전했다.

동계올림픽 유치 당시와 현재 러시아 경제는 딴판이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2000~2008년 대통령으로 재임했을 당시 러시아 경제는 연평균 7%씩 성장했다. 원유와 가스 등 천연자원을 무기로 푸틴 대통령이 성장 우선 정책을 편 결과다. 특히 소치가 2014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던 2007년 러시아 경제 성장률은 8.5%에 달했다.

2014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이 7일(현지시각) 소치 피시트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개막한다.

하지만 지난해 러시아 경제 성장률은 1.3%로 고꾸라졌다. 올해도 성장률이 2%에 그칠 걸로 전망되고 있다.

로이터는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는 동계올림픽이 덜컹대는 러시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소치 효과 덕분에 상승할 거란 생각은 근거가 없는 걸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올 들어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 속에 루블화 가치는 연초 대비 5% 넘게 하락한 상태다. 러시아 정부는 채권 금리 상승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비싸졌다는 판단에 따라 2주 연속 국채 발행을 연기했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은 지난 5일 낸 보고서에서 소치 동계올림픽의 경제 효과가 소치 주변 일부 지역에 국한될 걸로 분석했다. 인프라 투자가 집중된 소치는 앞으로 경제 성장 효과를 보겠지만, 러시아 경제 전체적으로 얻을 이익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무디스는 호텔과 인프라 건설에 투자한 민간 투자자들도 큰 수익을 올리지 못할 걸로 봤다. 세르게이 그루시닌 무디스 애널리스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푸틴 측근들을 포함한 민간 투자자들은 주로 호텔에 투자했기 때문에 장기 투자 수익은 동계올림픽 이후 소치로 관광객을 유치해야 하는 러시아 정부의 노력에 달렸다”며 “소치가 많은 러시아인이 즐겨 찾는 다른 유럽 지역 휴양지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매력적인 도시가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 알파은행의 나탈리아 올로바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관광산업은 2조달러 규모의 러시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5%에 불과하기 때문에 관광산업 활성화를 통한 경제 성장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