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 당국이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환율 조작 혐의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골드만삭스의 한국계 고위 임원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5일(현지 시각) "골드만삭스의 외환 트레이딩을 총괄하는 글로벌 헤드인 스티븐 조가 외환 트레이딩 아·태 대표 렐런드 림(중국계)과 함께 환율 조작 파문으로 사임한다"고 전했다.

스티븐 조는 서울에서 태어나 한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인물로, 미국 사립 명문인 콜게이트대학을 졸업하고 1994년 시티그룹에서 외환 트레이더 일을 시작했다. 1996년 골드만삭스 런던으로 이직하고, 2001년 골드만삭스 뉴욕으로 옮겨 2010년 골드만삭스 최고위직인 본사 파트너로 승진했다. 그는 뉴욕연방준비은행이 주관하는 외환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월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 금융감독국(DFS)은 골드만삭스뿐 아니라 JP모건·시티그룹·바클레이스·도이체방크·스탠다드차타드 등 12개 글로벌 은행의 외환 트레이더들이 하루 평균 거래 규모가 5조달러(약 5400조원)에 이르는 국제 외환시장에서 환율을 10여년 동안 조작한 혐의를 포착하고 이 은행들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트레이더들은 인터넷 채팅이나 휴대전화 문자 등으로 국제 외환시장의 기준 환율을 조작해 부당이득을 얻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는 영국 등 다른 6개 국가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시장에선 이번 환율 조작 사건 조사 결과에 따라 벌금과 사법 처리 규모가 2012년 리보(Libor·런던 은행 간 금리) 조작 파문 때보다 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작년 미국·영국·EU(유럽연합) 등은 리보를 조작한 JP모건·HSBC·바클레이스·UBS 등에 60억달러(약 6조5000억원)에 이르는 벌금을 부과했다. 마틴 휘틀러 영국 금융감독청장도 "(이번 환율 조작은) 리보 조작만큼 (죄질이) 나쁘다"고 말했다. 최근 JP모건·시티그룹·바클레이스 등은 내부 감사를 벌여 환율 조작 사건에 연루된 외환 트레이더들을 해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