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기름 유출 사고와 관련한 부적절한 언행으로 논란을 빚었던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이 6일 전격 경질됐다. 윤 장관은 지난해 4월 임명된 이후 10개월만에 낙마하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정홍원 국무총리의 해임 건의를 받고 윤 장관을 해임조치했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밝혔다.

민 대변인은 "정 총리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대정부질문이 끝난 뒤 총리 공관에서 윤 장관을 만나 해임 건의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어 대통령에게 전화로 해임을 건의했고, 대통령은 전화를 받고 그 자리에서 (해임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국회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에 출석, “박 대통령이 유사 사례로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그런 언행이 있어서 깊이 유감스럽다”면서 “해임 건의를 해야 하는 것 아닌지 깊이 고민해 오늘 중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이날 오후 4시 30분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리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회의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서울로 향했다

윤 장관은 여수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 수습과정에서 부적절한 태도와 부족한 업무수행 능력을 보여 야권뿐만 아니라 여권에서도 거센 비판을 받았다.

지난 1일 전남 여수 기름 유출 사고 현장에서 윤 장관은 "처음에는 심각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한 데 이어 입과 코를 막고 얼굴을 찌푸린 사진으로 찍혀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3일에는 한 종합편성채널에 출연해선 "왜 자꾸 구설수에 오른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인기 덕분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답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새누리당 심재철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장관이 당정협의에서 GS칼텍스가 1차 피해자, 어민이 2차 피해자라고 말했다니 황당하다"며 "부적절한 언행이 이번만이 아닌데 그 자리(장관)에 과연 적합할지 모르겠다"고 질타했다.

민주당 한정애 대변인은 “박 대통령은 윤 장관을 임명하기 전 모래밭 속 진주라고 극찬했지만 지금 국민에게 윤 장관은 ‘모래사장에 흘러내린 검은 원유’에 비유될 정도이며, ‘해양4차원장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윤 장관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지난해 4월 인사청문회 때부터 태도 및 자질 논란이 제기돼 국회에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이 불발됐다.

윤 장관은 여야 모두에서 사퇴압박을 받았으나 박 대통령은 “윤 후보자는 실력이 많다. 마음을 가다듬어 열심히 해보겠다고 하니 지켜보고 도와달라”며 임명을 강행했다.

윤 후보자는 당시 인사청문회에서 ‘어업분야 GDP성장률’, ‘5대 해양강국 달성 목표연도’ ‘한중간 수산물 생산량 격차’ 등을 묻는 질문에 하나같이 “모르겠다”고 답했다. 또 ‘항만산업경쟁력 강화’ ‘부산 해양수도 추진’ 등 지난 대선 공약에 대한 질문에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잊었다” “장관이 되면 공부하겠다”는 대답을 내놓기도 했다.

부산항 관련 예산 질문을 받고는 “부산 북항 재개발인가. (공부) 해놓고 잊어버렸네…”라고 대답했고,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해양 수도가 되기 위한 비전이 뭐냐”고 묻자 윤 후보자는 “해양…”하더니 ‘큭큭’ 하는 웃음을 터뜨렸다.

당시 민주당 박기춘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모래밭에서 찾은 진주’라고 칭송했던 윤 후보자는 ‘그냥 모래’였다. ‘몰라요 진숙’, ‘까먹 진숙’, ‘백지 진숙’ 청문회를 보는 것 자체가 민망했다”며 자진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