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또다시 '정치 개혁' 물량 공세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3일 비리(非理)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도입, 의원 출판기념회 수익의 선관위 신고 등 정치 혁신안 10여 건을 내놓았다. 안철수 신당 측도 이날 "국회 회기마다 입법 목표를 정한 뒤 성과를 측정해 보여주자"면서 "빠른 시일 안에 '새 정치' 방안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앞서 새누리당은 지난달 출판기념회와 의원 외국 출장 제도의 개선을 약속했다.

정치권이 특권을 내려놓겠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김 대표가 하겠다는 '의원 국민소환제'만 해도 악용 방지 장치만 제대로 마련된다면 정치 부패를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은 시큰둥하다.

여야는 지난 대선 때도 앞뒤 따져보지도 않고 정치 개혁 공약들을 급조해 쏟아냈다. 국회의원 면책특권 제한과 불체포특권 폐지, 의원 정수(定數) 축소, 세비 삭감, 선거구획정위원회 독립, 기초선거 공천 폐지, 국회윤리위 전원 외부 인사 구성, 국민참여경선 법제화 등 다 말하기도 숨찰 만큼 많았다. 이미 그때 일부 공약에 대해 "위헌(違憲) 소지까지 있다"는 지적이 나왔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 후 지난 1년여 동안 제대로 실현된 것은 하나도 없다. 괜히 국회에 정치개혁특위를 만들어 놓고 시간과 세금만 낭비했다.

그런 여야가 지방선거가 다가오자 다시 '정치 개혁' 장사에 나서고 있다. 메뉴도 대부분 지난 총선·대선 때 것을 재탕, 삼탕하는 것이다. '의원 국민소환제'도 민주당이 대선 때 공약에 넣으려다 당내 반대 때문에 막판에 뺀 것이다. 선거 때마다 여야가 정치 개혁안을 쏟아내는 것은 시장 상인들이 헐값에 물건을 팔아치우는 속칭 '떨이 세일'을 연상케 한다. 여기에 어느 유권자가 귀를 기울이겠는가.

여야의 제안 중에는 어느 정당이든 정말 실천할 마음만 있다면 당장 혼자서라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것이 꽤 있다. 민주당이 이날 내놓은 공항·철도역사 귀빈실 이용 금지, 5만원 초과 선물·향응 수수 금지, 국회의원 외국 출장의 사전 승인·사후 보고 제도가 그렇다. 특히 신종(新種) '뇌물 모금회'라는 말을 듣는 출판기념회 수익을 먼저 자진 공개하는 정당이 나온다면 유권자들도 그 당의 정치 개혁안만은 다시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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