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1일 설을 맞아 경기도 고양시 일산 본가에 3대(代)가 모인 회사원 김경한(35)씨 가족은 종일 '딩동' 하는 소리에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명절 안부를 묻는 문자 메시지이겠거니 하고 휴대폰을 보면, 불법 도박·대출 광고 등 온갖 스팸 메시지가 쏟아졌기 때문이다. 연휴 동안 16대 휴대폰이 모인 김씨 본가에는 메시지 수신음이 새벽에도 20~30분 간격으로 울렸다. 가족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카드사 정보 유출 이후로 스팸 문자가 부쩍 많이 온다"고 입을 모았다. 김씨는 "스팸 문자로 인한 정신적 피해는 물론, 이미 다 털린 개인 정보에 대한 불안은 누가 보상할 거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명절에 오랜만에 둘러앉은 가족 사이에 빠지지 않는 화두는 바로 '카드사 개인 정보 유출 대란'이었다. 부산 큰형님댁에서 모인 이성춘(75)·건(73) 형제는 "오랜만에 모였는데 정보 유출 같은 얘기를 나눠서 씁쓸했지만, 다들 불안해서인지 그 얘기가 먼저 나오더라"고 입을 모았다. 경남 창원의 처가댁에 다녀온 박모(48)씨는 "이번 설 가족 모임은 카드사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정부에 대한 성토의 장(場)"이라고 했다. 주부 최혜숙(49)씨는 "유출 정보 유통 안 됐다고 하더니, 조용하던 휴대폰에 갑자기 스팸 문자가 오는 걸 보면 아닌 것 같다"며 "가족들 전부 '아무래도 카드를 해지해야겠다'는 말을 한마디씩 하더라"고 말했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국민·롯데·농협카드사 고객 정보 유출 집단소송 카페'에는 연휴 기간인 1월 30일~2월 2일(오후 3시)까지 71건의 피해 사례가 올라왔다. 정보 유출 이후 자신도 모르게 결제 승인이 됐다거나, 잦은 스팸 문자로 괴로움을 느끼고 있다는 내용이다. 2일 금융 당국이 카드 3사에 '3개월 영업정지' 결정을 전달할 것이라는 내용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의 분노는 더 커졌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허술한 대책. 대형 사고가 터져야 대책이라고 발표하는 정부 믿지 못하겠다.(아이디 man ****)", "전 국민이 스트레스와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지금 그걸 처벌이라고 하는 거냐?(아이디 gnp ****)" 등의 글이 게재됐다.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이경호 교수는 "이미 지난달 8일 검찰의 카드 3사 정보 유출 발표가 나왔는데, 아직도 제대로 된 대책이 없어 국민은 계속 불안에 떨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며 "현재 유출된 정보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우고, 장기적으로 금융거래에서 과도한 개인 정보를 요구하지 않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