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제 통합은 한·중·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가속화하고 나아가 러시아·몽골·대만까지 포함하는 새로운 동북아 경제 공동체 탄생의 촉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동북아시아에선 민간 기업 주도로 '시장 주도형 경제 협력'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컴퓨터를 예로 들면 한국·일본·대만 기업들이 생산한 반도체·모니터 등 핵심 부품이 중국 공장에서 조립·생산돼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참여해 관세 철폐 등 경제 장벽을 없애고 금융·재정 면에서 공통의 정책을 추진해 나가는 '제도적 경제 통합'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주요한 이유 중 하나가 북한이다. 전쟁 위협이 상존해 투자 안정성이 낮고 안보적 대치 구도로 인해 한·중·일이 경제적 공존 구도로 쉽게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북한에 가로막혀 섬처럼 단절된 지정학적 구조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 연구원은 "한·중·일이 FTA를 추진하더라도 북한이 육상을 통한 물류 흐름을 막고 있어 FTA 효과가 상당히 제한된다"고 했다.

이 같은 단절을 풀 첫 단추는 남북 간 포괄적 경제 통합 협정이 될 수 있다. 관세를 철폐하고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을 통해 점진적으로 경제 통합을 해가는 것이다. 이럴 경우 한·중·일을 연결하는 철도와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우선 이뤄지고, 동북아 인적·물적 교류가 대폭 늘어날 수 있다. 북한에 매장돼 있는 약 6000조원 가치의 지하자원도 육로를 따라 동북아와 유럽으로 수출될 수 있다. 단기적으로 중국에 집중돼 있던 노동집약적 산업과 단순 제조업이 싼 임금을 찾아 북한으로 넘어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화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장은 "현재는 일본의 역사 왜곡과 국가 간 영토 분쟁 등으로 한·중·일 FTA 협상이 지지부진한 상태지만 남북한 경제 통합으로 기대 효과가 커지면 중·일은 FTA를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남북한·중·일·러시아가 참여하는 에너지 공동체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러시아는 극동 지역에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보유했지만 서부 러시아나 유럽과 거리가 멀어 개발이 더디다. 북한의 경제 개방으로 천연가스 파이프 라인이 건설되면 에너지 의존도가 큰 한·중·일이 협력해 극동 러시아 개발에 적극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고려대 강문성 교수는 "동북아 경제 통합을 견제하기 위해 북미·유럽·남미·동남아 등에서 경제 통합 움직임이 활발해질 수 있다"며 "각 지역 간 (블록화) 경쟁이 본격화하면 동북아시아에서 FTA 수준을 넘어서는 경제 공동체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아세안 10개국과 한·중·일·인도·호주·뉴질랜드 등 16개국이 참여하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아시아 전체의 경제 통합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