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그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정신적 스승'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바마를 가장 독하게 공격하는 '안티'가 됐다. 시카고 출신의 흑인 종교 지도자 제러미아 라이트(72) 목사의 얘기다.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라이트 목사가 16일(현지 시각) 다시 오바마를 향해 저주에 가까운 독설을 쏟아냈다.
라이트 목사는 이날 시카고 교원노조가 주최한 '마틴 루서 킹 데이'(매년 1월 셋째주 월요일) 기념 행사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했다. 흑인 목회자가 다수 참석한 이 자리에서 라이트 목사는 "킹 목사는 '나에게는 드림(dream·꿈)이 있습니다'라고 외쳤지만, 오바마는 '나에게는 드론(drone·무인폭격기)이 있습니다'라고 하고 있다"고 했다.
라이트 목사는 "킹 목사가 인종 화합을 염원한 반면, 오바마는 매주 '오늘은 드론을 가지고 누구를 죽일까'를 결정하고 살생 목록을 만든다"고도 했다.
라이트 목사는 오바마 대통령의 인사(人事)도 도마에 올렸다. 그는 "시카고 교육청 교육감으로 재직하면서 학교 시스템을 망가뜨려놓은 안 덩컨이 교육부 장관으로 영전한 것은 오바마와 농구를 할 때 슛을 잘 쏘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덩컨 장관은 하버드대 농구팀 출신으로, 오바마의 농구 파트너로 자주 초대를 받고 있다.
지금은 완전히 돌아섰지만 오바마와 라이트 목사의 인연은 1980년대 후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바마는 라이트가 담임목사로 있는 시카고 트리니티연합교회에 20여년간 출석했다. 오바마는 결혼할 때 라이트 목사에게 주례를 부탁했다. 오바마 두 딸의 세례식을 집례한 이도 라이트다.
하지만 2008년 대선 과정에서 라이트의 과거 문제 발언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오바마는 난처한 상황이 됐다. "9·11 테러는 미국의 외교정책에 대한 정당한 보복이다" "미국 정부가 흑인들을 죽이기 위해 에이즈를 개발했다" "흑인들은 부당한 대우에 항거하기 위해 '갓 뎀 아메리카(빌어먹을 미국)'를 저주해야 한다" 등 라이트가 쏟아낸 극단적 발언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이로 인해 오바마의 지지율이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보다 5%포인트나 떨어지기도 했다. 게다가 '라이트 발언 파문'이 오바마의 사상 문제로까지 비화되자 오바마는 마침내 등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