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소속 국회정치개혁특위 위원들은 16일 "시·도 선거는 놔두고 시·군·구 선거만 정당 공천을 없애면 위헌(違憲) 소지가 많다"고 했다. 새누리당은 다음 주 의원총회에서 당론을 결정할 예정이지만 대세는 기초선거 공천 유지 쪽으로 기울었다. 새누리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에서 공천 폐지를 공약했다. 지금 와서 '위헌' 운운한다면 그때는 위헌 검토도 안 하고 대국민 공약으로 내걸었다는 것인지 궁금하다. 위헌 가능성을 알고서도 공약으로 발표했다면 가짜 공약으로 국민을 속인 것이다. 새누리당은 먼저 사과부터 해야 한다.
기초선거 공천을 허용하면 국회의원들의 공천권 남용에 따른 공천 헌금 비리, 지방 행정의 중앙 정치 예속 같은 부작용을 막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여야가 모두 공천 폐지를 공약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정당 공천을 막으면 현지 토호(土豪)들의 '금권 선거' 가능성이 커지고 여성·장애인 같은 약자들을 배려하기가 어려워진다. 기초선거 공천 폐지 문제는 이렇게 어느 쪽으로 가든 득과 실이 있는 문제다. 그렇다면 여야는 어떤 방안이 득은 키우고 실은 줄일 수 있는지를 놓고 논쟁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여야는 지방자치 발전이 아니라 당장 6월 지방선거에서 시장, 군수, 구청장 자리를 상대보다 더 얻을 궁리만 하고 있다. 현재 서울은 25명 중 19명, 인천은 10명 중 7명, 경기도는 31명 중 19명이 야당 소속이다. 새누리당은 "공천을 없애면 지명도에서 크게 앞선 야당 단체장들이 그대로 다시 당선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공약 파기라는 비난을 무릅쓰고 공천 폐지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이다. 거꾸로 민주당은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공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으로선 "공천을 폐지하면 후보들의 소속 정당 구분이 안 되기 때문에 안철수 신당 바람을 막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임기가 끝나는 민선 5기 기초단체장 227명 가운데 비리 혐의로 기소된 사람만 40여명이다.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이 선심성 사업을 남발하는 바람에 지방정부 빚도 100조원을 넘어섰다. 지방자치는 지금 위기다. 여야는 정치적 계산은 할 때 하더라도 비리와 파산의 벼랑 끝에 서 있는 지방자치를 어떻게 구할 것인지부터 걱정하고 논의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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