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원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연초부터 엔저(円低) 현상에 대한 우려가 심상치 않게 대두되고 있다. 엔화에 대한 원화의 환율은 2012년 가을까지는 100엔당 1400원 정도의 수준이었으나, 그 이후 꾸준히 하락하여 올해 초에 1000원을 기록한 것이다. 이로써 엔화 대비 원화 환율은 세계 금융위기가 발발하기 직전인 2008년 8월의 수준으로 복귀하게 되었으며, 아베노믹스가 계속되는 한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과거 한국 경제는 급속한 엔저 현상이 있을 때마다 경상수지 적자로 인한 경제 위기를 겪은 경험이 있으며, 바로 이러한 기억 때문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엔저 현상이 심각하게 우려되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한국 경제는 일본 경제에 비하여 몇 가지 비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혜택을 누려왔다. 2008년 9월의 세계 금융위기 이후 일본 경제는 디플레로 인한 내수 위축과 엔고(円高) 현상으로 인한 수출 경쟁력 약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려왔다. 더욱이 일본은 2011년 봄에 닥친 쓰나미로 인해 막대한 생산 차질과 전력난을 겪어왔다. 이런 와중에 한국 경제는 엔고 현상의 최대 수혜자가 되었으며, 여기에 한·미, 한·EU FTA(자유무역협정)가 주는 가격 경쟁력 제고 효과까지 누리면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들 중 최고 성장률을 기록하고 작년에는 역대 최고의 경상수지 흑자까지 기록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제 지난 5년 동안 한국 경제가 향유하였던 각종 혜택들이 사라지게 되었다. 이미 엔저는 기정사실이며, 일본이 미국 주도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가입하게 되면 그동안 한국이 한·미 FTA로 누려왔던 가격 경쟁력의 우위도 사라질 것이다.

사실 지난 5년 기간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비정상적인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고, 이제는 그러한 비정상이 다시 정상으로 회귀하면서 모든 상황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전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그러므로 과연 한국이 지난 5년 동안 누렸던 각종 반사이익 없이도 일본과 경쟁하여 이길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대두되는 것이다.

지난 연말에 어느 심포지엄에서 만난 일본 교수가 "엔고 등 비정상적인 상황이 개선되고 한국과 경쟁한다면 아직도 일본 기업들은 한국을 이길 수 있다. 심지어 쌀 시장도 만일 개방된다면, 일본 쌀이 한국 쌀보다 국제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라고 하던 말이 이제는 공연한 허풍으로만 들리진 않는다. 이런 와중에 한국은 경제 민주화 입법 등으로 오히려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었으며, 전기료 등 각종 공공요금의 인상과 통상임금 관련 소송 등으로 생산비가 상승하게 될 것이다.

그동안 누려온 각종 혜택들이 사라진 지금부터는 한국 경제와 일본 경제가 진짜 승부를 펼쳐야 할 것이다. 다행히 일본 역시 앞으로의 여정이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우선 4월에 있을 소비세 인상의 악영향을 우려해야 하며, 아베노믹스는 아직 임금 상승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엔저 현상 역시 마냥 지속되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는 서로의 잠재력을 최대한 빨리 끌어올리는 국가가 세계 경제 전쟁에서 승리하게 될 것이다. 한국 경제의 최대 경쟁 상대국인 일본과 선의의 경쟁을 위해서는 우리 경제의 취약점을 이른 시간 안에 보완하여야 한다. 특히 금융을 위시한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과감한 규제개혁이 필요하며,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취약점인 노사관계의 개선도 시급하다. 또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인해 각종 경제 관련 법안들의 입법을 지연시키는 정치 행태는 올해에는 제발 다시 보여주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