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가 추기경에 임명됨으로써 한국 천주교는 숙원을 풀었다. 한국은 천주교 신자가 530만명이 넘어 아시아에서 필리핀(7700만명), 인도(1900만명), 인도네시아(740만명), 베트남(640만명)에 이어 다섯째 규모이지만 재정 분담금은 가장 많이 내고 있다. 또 세계에서 드물게 천주교 신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나라이다. 그런데도 정진석 추기경이 2011년 12월 만 80세를 넘기고 2012년 6월 서울대교구장에서 은퇴한 뒤 교황 선출권과 피선출권을 갖는 현직 추기경이 한 명도 없었다. 그래서 한국 천주교는 정부와 함께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교황청에 새 한국인 추기경 임명을 요청해 왔다. 주교황청 대사의 가장 큰 임무 중 하나가 한국인 추기경 임명이었다.
한국에서 새 추기경이 나오면 서울대교구장이 임명될 것이라는 예상은 적중했다. 서울대교구는 한국 천주교의 뿌리이며 사제와 신자의 4분의 1 이상이 소속돼 있어 전통적으로 한국 천주교를 대표해 왔다. 김수환 추기경(1969년 임명)과 정진석 추기경(2006년 임명)도 서울대교구장 재임 중 추기경이 됐다. 이번에 다른 교구장을 맡고 있는 몇몇 주교가 염 대주교와 함께 추기경 물망에 올랐지만 각 나라를 대표하는 교구에서 추기경이 나온다는 법칙은 깨지지 않았다.
염수정 추기경의 임명은 정치·사회적으로도 상당한 의미를 지닐 것으로 보인다. 염 추기경은 전임자인 정진석 추기경과 마찬가지로 보수적 입장을 보여왔다. 그는 지난해 11월 22일 정의구현 사제단이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 미사를 가졌을 때 미사 강론을 통해 사제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에 반대하면서 이를 거듭 완곡하게 비판했다.
일부 진보적인 천주교 평신도가 3일 "'가난한 이들의 편'이 되어줄 추기경을 보내달라"고 교황에게 청원하는 운동을 벌인 것은 한국 천주교를 명실상부하게 대표하게 될 새 추기경에 염수정 대주교가 임명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염수정 추기경 탄생은 흔들리고 있는 천주교계를 안정시키는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