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여성들이 일하는 환경과 여성 인력을 활용하는 수준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에서도 최하위 수준인 것으로 조사됐다.

본지와 여성가족부,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가 공동 개발한 '여성 잠재력 활용 지수(FFPI)'로 OECD 회원국 중 24개국과 중국의 순위를 매긴 결과, 한국은 25개국 가운데 중국(22위) 다음인 23위로 나타났다. 상위권은 아이슬란드·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가 휩쓸었고, 우리나라보다 순위가 낮은 곳은 이탈리아(24위)와 일본(25위)뿐이었다.

'여성 잠재력 활용 지수'는 여성들의 경제 참여율과 정부·기업이 지원하는 여성들의 근무 환경을 종합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지표로 구성됐다. '공정한 진입 기회' '지속 가능한 근무 환경' '재진입 기회' '리더 양성' 등 4개 영역에서 총 12개 지표로 측정했으며, OECD와 ILO(국제노동기구) 데이터를 활용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성 격차 지수(GGI) 등 기존의 지수들과 달리, 여성들의 경제활동 주기 전체를 고려하고, 국가와 기업이 여성들이 일할 수 있게 지원하는 '환경'과 그 '결과'를 함께 측정한 점이 특징이다.

'공정한 진입 기회'는 1위인데…

우리나라는 젊은 여성들의 경제 참여율을 보여주는 '공정한 진입 기회' 부문에서는 조사 대상 25개국 중 1위다. 대학 진학률이 높은 여성들이 남성 못지않게 활발히 취업해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나머지 영역에서는 최하위로 뚝 떨어진다.

'지속 가능한 근무 환경'은 꼴찌

우선, 결혼과 출산을 경험하는 30대 여성들이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상황이 되는지를 살펴본 '지속 가능한 근무 환경' 영역에서는 25개국 중 꼴찌다. 세부 지표별로 살펴보면, '남성의 근속 연수 대비 여성의 근속 연수 비율'(58%)은 25개국 중 꼴찌로, 스웨덴(103%)·프랑스(98%) 등 상위권 국가들과 큰 차이가 날 뿐 아니라 전체 평균(90%)에도 한참 못 미치고 있다. 30~40세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도 56%로 꼴찌다. 국가가 법으로 보장하는 유급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일수(임금 100% 지급한 일수로 환산해 계산)는 각각 17위, 14위다. 우리나라의 법정 유급 육아휴직 기간은 아동 1인당 1년으로 다른 선진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휴직 기간 급여가 임금의 40%(최대 100만원)밖에 지급되지 않기 때문에 순위는 중간 정도에 그쳤다.

'지속 가능한 근무 환경' 순위가 꼴찌로 뚝 떨어지면서, 결혼과 출산, 육아를 이유로 일을 그만두는 문제가 선진국보다 심각하다는 것이 다시 확인된 것이다.

'재진입 기회'도 극히 낮아

40대 여성들의 경제 참여율 역시 64%로, 25개국 중 가장 낮다. 남녀 비자발적 시간제 근로자 비율의 차이도 이탈리아·스페인·일본 다음으로 높았다.

여성 고용과 관련한 한국의 현주소.

베인앤드컴퍼니 송지혜 파트너는 "여성들이 남성보다 비자발적 시간제 근로자 비율이 높다는 것은 여성들이 40대에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의미"라며 "30대 때 출산·육아로 일을 그만둔 여성이 다시 복귀하기가 힘든 환경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리더 양성'은 일본보다 약간 나아

우리나라는 여성 리더 양성 부문에선 일본(25위)보다 한 단계 앞선 24위를 기록했다.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6%로 슬로바키아와 공동 23위였고, 기업의 여성 이사회 구성원 비율은 5%로 일본(4%) 다음으로 낮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난주 부연구위원은 "수명이 길어져 100세 시대가 왔는데, 한국 여성들은 20대에만 반짝 빛을 볼 뿐, 이후에는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여성들이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국가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잠재력 활용지수(FFPI·Female Full Potential Index)

국가별로 여성 인력 활용 실태와 여성들이 일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측정하는 지수. 여성들의 경제활동 주기별로 '공정한 진입 기회' '지속적인 근무 환경' '재진입 기회' '리더 양성' 등 4개 영역 12개 지표를 측정한다. 본지와 여성가족부, 베인앤드컴퍼니가 각국이 여성 인력을 얼마나 활용하고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공동 개발했다.


공동기획: 여성가족부, BAIN & COMP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