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오후 5시 50분 IBK기업은행 연희동 지점. 홍지혜(35) 대리와 동료 6명이 모두 퇴근 준비를 했다. 홍 대리는 사무실을 나오자 마자 곧장 아들 동욱(5)군이 다니는 한남동 직장 어린이집으로 가 아들을 만났다. 홍 대리와 동욱이는 7시에 집에 도착해 함께 저녁을 먹었다.

홍 대리도 2012년 직장 어린이집이 생기기 전에는 육아 때문에 일을 그만둘 생각까지 했다. 민간 어린이집에 보냈는데 교사가 짜증을 내며 아들 머리를 쿡 쥐어박는 걸 목격하곤 속상해서 펑펑 울기도 했다. 못 미더운 어린이집이지만 정부 지원 보육료 외에 매달 40만원씩 특별활동비도 냈다. 퇴근할 때까지 아이를 돌봐주는 보모 월급도 매달 100만원씩 나갔다. 홍 대리는 "이제는 회사 어린이집에서 좋은 선생님들이 밤 10시까지 아이를 봐주니까 마음도 놓이고 일할 맛 난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IBK기업은행 직장 어린이집에 아들 이동욱(5·가운데)군을 데리러 온 기업은행 연희동 지점 홍지혜(35) 대리가 아들과 아들 친구를 껴안고 웃고 있다.

기업은행에는 이런 직장 어린이집이 2012년 서울, 부산 등에 9곳 들어섰다. 2010년 취임한 조준희 전(前) 행장이 '직원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하지 못하면 좋은 은행이 될 수 없다'는 신념으로 예산 70억원을 들여 건립한 것이다. 어린이집 원장은 조 행장이 직접 뽑았고 교사들도 푸르니보육지원재단을 통해 엄선된 인원만 채용했다. 또한 직원들에게 어린이집 비용 50만원도 지원한다. 직원이 자녀를 직장 어린이집에 보내길 원하면 어린이집이 있는 지점으로 근무처를 옮겨준다.

기업은행은 직원들 사이에 일찍 귀가하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2009년부터 오후 7시가 되면 사무실 컴퓨터를 자동으로 끄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매주 수요일은 '가정의 날'로 지정해 6시면 모든 직원이 퇴근한다.

회사 분위기가 바뀌자 육아휴직도 눈치 보지 않고 쓰는 문화가 정착됐다. 기업은행은 출산휴가 6개월, 육아휴직 1년 6개월을 쓸 수 있게 보장하는데, 대체로 육아휴직을 다 쓴다. 육아휴직하고 퇴사하는 직원도 거의 없다. 기업은행 측은 "육아휴직 중에도 업무 복귀를 돕고 자기 개발을 할 수 있도록 사이버연수원을 통해 FP(Finance Planner) 등의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본지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국내 상장 기업 1745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성 근무환경 전수조사에서 상위 30위 이내에 든 가장 우수한 기업 중 한 곳이다. 특히 여성들이 일을 그만두지 않고 지속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이 가장 잘 만들어진 기업으로 꼽혔다. 이 같은 토대를 마련한 조준희 행장의 뒤를 이어 지난달 권선주 기업은행 부행장이 국내 은행권 최초로 여성 행장으로 내정돼 화제를 모았다.

권선주 신임 기업은행장은 "앞으로도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직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근무시간선택제 등 가족 친화 제도를 확대하고 직장 어린이집을 계속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공동기획: 여성가족부·BAIN&COMPA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