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민영화 논쟁을 보고 있노라면 한숨이 나옵니다. 민영화 안한다는데 민영화에 반대한다며 나라를 뒤집어 놓는 철도노조원도 그렇고, 처음부터 민영인 것을 민영화하지 말라며 삭발투쟁을 하는 의사들도 그렇습니다. 오늘은 의료민영화 반대 투쟁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의료민영화 투쟁은 제목부터 거짓입니다. 우리나라 병의원의 93%는 민영입니다. 처음부터 민영이었고 지금도 민영입니다. 동네의 치과, 이비인후과가 민영이고, 대학병원들이 모두 민영이지요. 그런데 뭘 더 민영화한다고 반대를 하는 것인지...
굳이 반대할 거리를 만들자면 건강보험 의무 가입제도 개편과 국공립의료원의 민영화 정도일 것입니다. 저의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둘 다 필요한 정책이지만 그건 제 개인적인 견해일 뿐이고 정부가 그런 정책을 고려한 적은 없습니다. 이번 정부뿐만 아니라 역대 어떤 정부도 그런 계획을 세운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료민영화에 반대한다니요? 유령과의 싸움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어쩌면 의료민영화에 대한 투쟁은 보기 싫은 박근혜 정권에게 악마의 가면을 씌워놓고 마녀사냥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게다가 최고의 지성인이어야 할 의사들마저 의료민영화에 반대한다며 2만명씩이나 여의도 광장에 모여서 시위에 삭발까지 하는 상황은 황당하고 실망스럽습니다.
의사들이 화를 내는 것은 충분히 이해를 합니다. 건강보험공단이 의사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의료수가는 말도 안되게 낮은 수준이니까요. 애견병원에서 강아지 치료하고 받는 돈보다 병원에서 사람 치료하고 받는 수가가 보다 더 싸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생명을 살리는 중환자실, 응급실은 쪼그라들고, 죽은 사람 모시는 장례식장은 번창하게 되었습니다.
사람 살리겠다며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를 전공했던 사람들은 적자를 견디다 못해 너도 나도 성형외과와 피부과로 간판을 바꿔달고 있습니다. 이러다간 외국에서 외과의사, 산부인과 의사들을 수입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동안은 그럭저럭 버텨왔던 대학병원들도 적자로 돌아서게 되었답니다. 언제 어떤 병원이 부도를 낼지 모르는 막다른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은 수가규제 때문입니다.
의사들이 투쟁해야 할 대상은 바로 그 수가규제입니다. 그것 때문에 어떤 문제가 생기고 앞으로 소비자들에게 어떤 엄청난 재난이 닥치게 될지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합니다. 과잉진료 같은 치부를 드러내는 한이 있더라도 말입니다. 그런데 정작 문제의 근원인 저수가보다 민영화 투쟁을 벌이고 있으니 뜨악한 느낌이 들 수밖에요. 시민단체들과 청년들에게 민영화투쟁이 인기 있다고 의사들까지 편승해서 유령과의 투쟁을 벌이는 모양은 어떻게 봐도 우습습니다.
영리병원 반대 투쟁도 제목부터가 문제입니다. 반대 투쟁에 나선 의사들 자신이 모두 영리병원을 하고 있습니다. 의료봉사할 때가 아닌 다음에야 병원에서 하는 일은 다 돈 버는 일입니다. 그들이 반대하는 ‘영리병원’이라는 것과 차이가 있다면 투자한 사람이 공식적으로 투자수익을 배당받을 수 있는가의 차이 정도일 겁니다. 그러니까 영리병원 논쟁은 의사가 아닌 투자자에게 배당을 할 수 있게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쟁인 셈입니다. 따라서 논쟁의 이름도 영리병원이 아니라 투자개방형 병원, 또는 배당가능 병원으로 바꿔야 합니다. 이미 영리행위를 하고 있는 의사들이 영리병원에 반대하는 것은 참 모양이 이상합니다.
그런데 독자님들이 이것은 꼭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이름을 뭘로 부르든 병원에 대한 투자의 개방은 소비자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