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9일 고소득자 증세와 대기업 법인세를 더 물리기로 잠정 합의하면서 '증세 논란'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이날 소득세 최고 세율(38%) 적용 구간을 현행 과표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이나 2억원 초과 수준으로 넓히고, 대기업의 법인세 최저한세율(비과세 혜택을 받더라도 반드시 내야 하는 최소 세율)을 현재보다 1~2%포인트 높인다는 데 합의했다.
◇'증세 없다' 원칙 깨져
정부는 그동안 "세율 인상 같은 직접 증세는 하지 않겠다"고 해왔다. 지난 8월 연소득 5500만원 이상 소득자들의 세 부담을 늘리는 세법 개정안을 발표했을 때도 정부·여당은 "감면 혜택을 줄이는 것이지 증세는 아니다"고 했었다. '증세 없는 복지'라는 대선 때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9월에는 "국민 공감대하에 증세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에도 여야는 법인세율 인상 등 증세 문제로 대립했지만 결국 소득세 과표 구간 조정과 법인세 최저한세율 조정을 하기로 했다. 이와 같은 비(非)세율 인상 증세에 대해 새누리당 관계자는 "비과세·감면 축소 법안의 차질로 생길 3000억~4000억원의 세수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것이지만 증세는 없다던 원칙이 깨진 것은 맞는다"고 했다. 증세 외에는 세수 부족을 해결할 뚜렷한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야당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이는 모양새를 취하는 방식으로 증세했다는 것이다.
'증세 없는 복지'라는 둑이 터진 이상 내년부터는 법인세율 인상 같은 본격적 증세가 논의될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 기획재정위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현재는 이명박 정부의 부자 감세를 정상으로 돌리기 위한 것일 뿐 부자 증세라고 할 수도 없다"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증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때 인하했던 법인세 최고 세율을 22%에서 25%로 환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한적 증세 효과
이번 개편에 따른 증세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최고 세율 적용 구간을 과표 1억5000만원 초과로 하는 민주당 안은 5년간 증세 효과가 3조5300억원(연간 증세 효과 7060억원), 2억원 초과로 하는 새누리당 안은 증세 효과가 6150억원(연간 1230억원)이다.
기획재정부는 세수 증대 효과를 더 소극적으로 본다. 기재부는 최고 세율 소득 구간을 2억원 초과로 하면 한 해 2500억원, 1억5000만원까지 낮춰도 한 해 4800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증세 효과는 제한적"이라고 했다.
고소득자의 세금 부담을 갑자기 늘리는 것은 '넓은 세원, 낮은 세율(세금은 많은 사람이 내고, 세율은 낮아야 한다는 것)'이라는 세제의 대원칙과 모든 국민이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 개세주의(皆稅主義)'와 점점 멀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고(高)소득자 세금 얼마나 늘까
소득세 최고 과표 구간이 기존 3억원 초과에서 2억원 초과로 낮아질 경우를 가정해보자. 연소득이 3억2000만~3억3000만원인 사람은 각종 공제를 감안한 실제 과세 대상 소득(과표)이 3억원 선이다. 기존에 2억~3억원 과표는 소득세율 35%가 적용되는데, 최고 과표 구간이 2억원으로 낮아지면 2억원이 넘는 과표 구간에 대한 세율이 3%포인트 높아지게 된다. 이에 따라 이 사람의 내년 소득세 부담이 추가로 300만원(1억원의 3%)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같은 원리로 최고 과표 구간이 1억5000만원 초과로 낮아질 경우 세 부담 증가 규모는 400만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