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미국의 반발을 예상하면서도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를 강행한 것은 17년간 끌어오던 '후텐마(普天間) 기지 이전 문제의 해결'이라는 선물을 염두에 두고 있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베 총리는 지난 25일 오키나와(沖繩)현 나카이마 히로카즈(仲井眞弘多) 지사와 만나, 후텐마 기지 이전 예정지인 헤노코(邊野古) 매립 신청 승인에 합의했다.

나카이마 지사는 27일 이를 공식 발표하기로 했다. 발표 하루 전인 26일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를 참배했다. 미국 국무부는 즉시 "실망스럽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다음 날 워싱턴에서는 척 헤이글 국방장관 명의로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 타결에 대해 "결단을 환영한다"는 성명이 나왔다.

헤이글 장관은 "미·일 관계의 차원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다"며 "이번 결정이 강력하고 지속 가능한 미군을 만드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 야스쿠니 참배 문제로 갈등에 접어드는 듯했던 미·일 관계가 '후텐마'로 다시 수습 국면으로 반전되고 있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야치 쇼타로(谷內正太郞) 국가안보국장 내정자를 내달 초 미국에 파견해 미 당국자들에게 야스쿠니 참배 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양국 간 군사협력 강화 방안도 협의할 예정이다.

미국은 야스쿠니 문제를 의식해 직접 거명하지 않았지만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 해결을 이끌어낸 아베 총리를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산케이(産經)신문은 "야스쿠니 참배만 없었으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아베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감사의 뜻을 전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마이클 그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부소장은 요미우리(讀賣)신문 인터뷰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미·일 동맹의 근본적인 관계에는 영향을 주지 않겠지만 후텐마 기지 이전은 양국 관계를 한층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군 기지를 오키나와 이외 지역으로 이전하겠다고 공약했던 나카이마 지사가 공약 위반이라는 비판을 각오하고 이를 승인한 것은 아베 총리의 통 큰 선물 덕분이다. 아베 총리는 25일 나카이마 지사를 만나, 오키나와에 연간 3000억엔을 지원하고 미·일 기지 협정을 개정하겠다는 등의 선물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하지만 27일 오키나와 현청에는 주민 2000여명이 모여 "공약을 위반한 지사는 사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가 해결됨으로써 미국은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지를 확보했을 뿐 아니라 미군 재배치 전략을 본격 추진할 수 있게 됐다. 미국은 2006년 후텐마 기지를 헤노코 매립지로 이전하기로 일본과 합의하면서 오키나와의 미 해병대 8000여명을 빼내 다른 거점 지역으로 배치하고 일본 자위대의 역할을 강화하는 재배치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하지만 후텐마 기지 이전 문제가 좌초하면서 미군 재배치 계획도 표류해 양국 간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한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내년 4월 일본을 방문한다는 계획은 "애초 확정되지 않은 일을 일본 측에서 확산해온 것"이라고 워싱턴의 한 고위 외교 소식통이 밝혔다.

☞후텐마(普天間) 기지

일본 오키나와현 기노완(宜野灣)시 주택가에 있는 미군 비행장. 각종 사고가 잇따르면서 지역 주민들이 기지 폐쇄운동을 본격화했다. 미·일 양국은 2006년 북부 해안 지역인 헤노코(邊野古)를 매립해 대체 기지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민주당 정부가 2009년 오키나와현 이외 지역으로 기지 이전론을 들고 나오면서 양국 간 갈등이 심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