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 26일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참배한 후, 정부가 일본과의 모든 외교 일정을 보류하면서 한·중 간의 밀착과 일본의 고립이 두드러지고 있다.

한·중은 올해 6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중(訪中),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과의 회담을 계기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외교 채널을 확대해 왔다. 지난 11월 양제츠(楊洁篪) 외교 담당 국무위원의 한국 방문 때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의 채널이 가동되기 시작했고, 이번 달에는 양국 국책 연구기관 사이 전략 대화와 외교부·국방부 국장급 간의 2+2 외교·안보 대화도 열렸다.

내년에도 중요한 일정들이 즐비하다. 상반기 중 시 주석이 한국을 찾아 다시 한 번 양국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양제츠 국무위원이 한국에 왔을 때, 양국 정부 간에 이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정상회담에 앞서, 내년 상반기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방한할 가능성도 높다. 정부 당국자는 "작년 4월 윤병세 외교장관이 베이징에 가서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한 뒤 아직 왕 부장이 한국에 오지 못했다"며 "조만간 왕 부장이 서울에 와서 양국 외교장관회담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라서, 하반기에는 박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중국을 찾게 된다. 자연히 양국 간의 각종 실무회담도 잦을 수밖에 없다.

반면 "일본과는 정상회담은커녕, 외교장관회담도 거론하기 힘든 상태가 됐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윤병세 외교장관은 지난 4월 중국에 갈 때 일본도 방문해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대신과도 양자회담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바람에 윤 장관이 방일(訪日)을 취소했고, 이후 다시 일정을 잡지 못했다. 지난달 일본 방위성이 우리 국방부에 '국방 당국 간 교류'를 요청해서 실무 검토 중이었지만, 이것도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로 중단됐다.

올해 내내 한·일 정상회담을 열지 못하자, 그간 아베 내각에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풀어나가면 한국은 따라오게 돼 있다'는 '중·일 관계 우선론'이 힘을 얻고 있었다. 그러나 이마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