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1일 안철수연구소 사회공헌 활동 발표에 참석한 안철수씨. 2주 전 ‘주식 절반 기부’ 의사를 밝힌 그는 당시 국정 분야별 과외학습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중의 지지에 울고 웃는 정치인들은 '기부'를 이용해 위기를 모면하거나,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확장한다. 이 중 세인들의 기억에 남는 건 이명박 전 대통령이 현직에 있을 당시 세운 '청계재단', 국회의원 안철수씨가 정계 입문을 앞둔 시점에 설립한 '안철수재단(현 동그라미재단)'이다. 두 재단 설립 소식은 당시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설립자들도 세간의 찬사를 받으며 이미지 개선 효과를 봤다. 하지만 두 재단이 이후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알려진 게 거의 없다. 이에 《월간조선》은 청계재단의 내부 자료를 입수하고, 안철수재단의 경우엔 감사보고서, 보도자료, 사이트 등을 참고해 그간의 운영 상황을 살폈다.
 
安哲秀, 안랩 사장 시절 낸 기부금은 3138만원 불과
 

2012년 2월 6일 안철수씨는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단 설립 계획을 밝혔다. 이후 그는 총 6차례에 걸친 장내매도를 통해 안랩 주식 86만 주를 약 930억원에 매각하고, 양도소득세 등 세금 206억원을 뺀 722억원을 재단에 출연했다.

현재 무소속 국회의원인 안철수(安哲秀)씨는 2011년 11월 자신이 세우고 최대주주로 있는 안철수연구소(현 안랩)의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주식 절반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메일 내용 중 일부다.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혜택을 받은 입장에서(중략) 제가 가진 안 연구소 지분의 반 정도를 사회를 위해 쓸 생각입니다. (중략)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것을 실천한다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이처럼 안씨는 자신의 기부가 갑작스러운 게 아닌 예전부터 품고 있던 결심이라고 얘기했다. 그러나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안랩 사업보고서를 보면, 안씨가 대표이사를 맡았던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안랩이 사회공헌을 위해 낸 기부금은 3138만원이다. 같은 기간 매출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1496억원, 262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는 말은 크게 와 닿지 않는다. 당시 안씨의 기부 발표에 대해 ‘정치테마주의 최대 수혜자’란 인상을 불식시키기 위한 정치행위라는 비판도 있었다.

실제 그의 재산 중 대부분을 차지한 안랩의 주식 가격은 2011년 8월에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던 안철수씨가 언론에 자주 등장해 기득권층을 비판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안랩 주가는 ▲서울시장 출마설(9월~)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지원(10월 24일) ▲주식 기부 의사 공개(11월 14일) 등 안씨의 정치적 언행에 맞춰 급상승했다.

2012년 2월 6일 안철수씨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보유한 "안철수연구소 지분의 절반인 186만 주 중 86만 주는 매각해 현금으로, 나머지 100만 주는 현물 형태로 출연한다"는 재단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哲秀秀, 보유 주식 수는 1/2로 줄었지만, 평가액은 324억원 늘어

안랩 주식은 대표적인 ‘정치 테마주’다. 2011년 7월까지 2만원에 머물던 안랩 주가는 안철수씨가 정치 행보를 보인 8월부터 상승했다. 이후 주가는 기업 실적과 관계없이 안씨의 정치적 언행에 따라 요동쳤다.

이후 안씨는 총 6차례에 걸친 장내매도를 통해 안랩 주식 86만 주를 약 930억원에 매각하고, 양도소득세 등 세금 206억원을 뺀 722억원을 재단에 출연했다. 같은 해 9월엔 안철수재단 이사회가 '50만 주 증여, 50만 주 신탁'안을 가결해 증여와 신탁계약을 통한 현물 출연이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안씨의 안랩 지분은 당초 37.1% (372만주)에서 18.6%(186만주)가 됐지만, 그는 '남는 장사'를 했다.

현재 안철수씨가 보유한 안랩 주식 가치는 지난 12월 13일 종가 5만 7400원을 기준으로 약 1068억원이다. 이는 '안철수 신드롬'이 불기 전인, 2011년 7월 초엔 744억원이었다. 지금 안씨가 보유한 안랩 주식 수는 당시의 절반 수준인데도, 평가액은 324억원 늘었다는 얘기다. 이 밖에 안씨는 '기부천사' 이미지를 얻고, '정치테마주 수혜자'란 비판에 대한 방어논리를 갖출 수 있게 됐다.

2012년 4월 '안철수재단'이 설립됐다. 법인 고유목적사업은 ▲창업 지원을 통한 기업가 양성사업 ▲국민참여형 기부문화 창달사업 ▲교육 지원 및 세대 간 재능기부사업 ▲기타 이 법인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사업 등이다. 재단 자산은 설립 당시엔 722억원이었지만, 현재는 953억원이다. 이는 청계재단 자산의 2배가 넘는 금액이다. 안철수재단이 지난 1년 7개월 동안 이 돈으로 어떤 사업들을 진행했는지 조사했다.

안철수재단, 설립 후 1년 동안 활동 안 해

설립 이후 1년간 안철수재단은 이렇다 할 활동이 없었다. '안철수'란 이름이 문제였다. 2012년 8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설립자 안철수씨를 대선 입후보 예정자로 판단, 안철수재단의 기부활동이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놨다. 안철수재단 이름으로 금품을 제공하면 입후보 예정자가 주는 것으로 추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단 ▲재단 이름에서 '안철수' 삭제 ▲안철수 재단 운영 참여 금지 ▲기부 활동 시 제공자가 안철수란 사실을 모르게 할 것 등을 지킨다면 활동이 가능하다고 조건을 달았다.

이에 안철수재단은 이틀 뒤 선관위 유권해석과 관련해 이사회를 열고 안철수재단의 명칭을 유지하되 법적 테두리 안에서 사업을 추진키로 했다. '기부활동'을 추진하는 대신 '안철수'란 이름을 택한 것이다.

지난 2월 안철수재단은 이사회를 열어 '동그라미재단'으로 명칭을 바꿨다. 안철수씨가 미국에서 귀국해 4월 재·보선 출마를 앞둔 상태에서 '안철수재단' 명칭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앞으로의 재단 활동에 제약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명칭 변경을 결정했다고 재단 측은 설명했다.

당시 김영 '안철수재단' 이사장은 "재단이 공직선거법, 명칭 변경 등의 문제로 활동이 늦어진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단 설립 취지를 잘 지켜 나가면서 재단 활동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재단은 설립 이후 약 1년 동안 추진한 사업이 없다는 얘기다. 실제 안철수재단의 <2012년 공익사업 부문 손익계산서>를 보면 비용 지출은 운영비로 나간 3억4840만원뿐이다.

안철수재단(현 동그라미재단)은 올해 4월 1일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기업가정신 교육 프로그램 <2013년 'ㄱ' 찾기 프로젝트 공모사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안철수재단의 첫 '작품'이다. 지원 분야는 ▲청소년 진로 지도 역량계발 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실행 ▲대회·행사 주최 ▲재능기부 시스템 개발 등이다. 재단 측은 최종 선정된 프로젝트 내용을 사이트에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2년 이자수익으로 챙긴 18억원을 다 안 쓴 이유는?

2011년 12월 1일 안철수연구소 사회공헌 활동 발표에 참석한 안철수씨. 2주 전 '주식 절반 기부' 의사를 밝힌 그는 당시 국정 분야별 과외학습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ㄱ' 찾기 프로젝트 공모에는 총 126개 팀이 신청했다. 최종 선정된 팀은 14개다. 안철수재단은 프로젝트별로 1년간 약 3000만원을 지원한다. 총 지원금 규모는 4억1386만원이다.

안철수재단의 두 번째 추진 사업은 사회활동가 후원사이트 '임팩트스푼(Impact spoon·사회변화를 위해 힘을 모으는 수많은 스푼들, 그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임팩트라고 설명하고 있음)'을 개설한 것이다. 지난 8월 안철수재단은 공익사업 발굴 및 지원을 위해 이 사이트를 개설한다고 밝혔다. '임팩트스푼'은 자금을 제공할 공모자가 주제를 제시하면 사회활동가들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안철수재단의 역할은 공모자의 자금이 부족할 경우 '온라인모금'을 하도록 지원하고 그 과정에서 수수료가 발생할 경우 수수료만 부담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안철수재단은 직접적으로 사업 지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재 '임팩트스푼' 사이트에 따르면 개설 이후 4개월간 등록된 공모사업은 안철수재단이 진행하는 'ㄱ' 찾기 프로젝트를 제외한 7건이다. 이 중 지원금액이 표기된 4개 프로젝트의 사업규모는 3200만원이다. 지금까지 모든 프로젝트가 온라인모금을 했다고 해도 안철수재단이 부담하는 수수료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재단이 올해 마지막으로 추진한 사업은 '로컬 챌린지 프로젝트'다. 이는 창업 후 성장 단계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에 초점을 맞춰 역량을 강화하는 프로그램이다. 안철수재단은 지난 10월말 지원대상으로 7개 기업을 선정했다. 이들에게는 향후 6개월 동안 5000만원 상당을 지원한다. 안철수재단의 총 지원금이 약 3억5000만원인 셈이다.

이처럼 안철수재단은 설립 이후 1년 7개월 동안 3개 사업을 진행했다. 관련 사업비는 약 7억6000만원으로, 재단 자산 953억원의 0.8% 수준이다.

이같이 저조한 실적은 안철수재단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서 그런 게 아니다. 재단은 <2012년 감사보고서>에 사업수익으로 총 18억1800만원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중 금융자산 보유에 따른 이자수익만 17억6190만원이다. 안랩으로부터 5616만원의 배당금도 받았다. 여기서 각종 운영비를 빼도 당기순이익은 약 15억원이다. 그런데도 올해 '공익사업'에 지출한 비용은 8억원도 안 된다는 얘기다. 당초 안철수씨가 주식 기부 계획, 재단 설립을 발표할 때 언론의 화려한 조명을 받았던 것과 실제 재단의 활동 내용엔 큰 차이가 있는 것이다. '안철수재단'은 안씨가 정치 활동을 활발히 할 때 그 돈을 다 쓰려고 하는 것일까?

[- '청계재단' 관련 내용은 월간조선 2014년 1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