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낱낱이 밝히는 것에서 치유는 시작됩니다. 학생들 약 40%가 왕따를 경험하고, 피해·가해 학생 모두 자살 시도율이 2∼9배까지 높아진다는 것을 수치로 보여주니 '반(反)왕따(anti-bullying) 운동이 더 활발해졌지요."

예일대 의대 소아정신과 김영신 교수(49)가 미국 대통령이 주는 '젊은 과학·공학자 대통령상(Presidential Early Career Awards for Scientists and Engineers·PECASE)' 수상자로 선정됐다. 1996년 제정된 PECASE는 과학·공학 분야 젊은 학자 가운데 독보적인 연구 성과를 낸 사람을 뽑는데, 미 정부가 젊은 학자에게 수여하는 최고의 상으로 꼽힌다. 올해 수상자는 미국 13개 연방기구가 추천한 102명으로, 김 교수는 보건부(HHS)가 추천한 23명에 포함됐다.

23일(현지 시각) 미 백악관이 발표한‘젊은 과학·기술자 대통령상’수상자인 김영신 교수는 25일 본지와 단독으로 만나“피해·가해 학생은 물론 왕따를 지켜보는 모든 학생이 상처 받는다”고 했다.

그는 1988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94년 도미(渡美), 예일대·UC버클리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2005년부터 예일대 의대 교수로 일하고 있다. 남편인 베넷 레벤탈 뉴욕주 신경과학연구소(NKI) 부소장 역시 소아정신과학계의 세계적 권위자다.

김 교수는 "이 상은 학문적 업적뿐만 아니라 사회적 기여도도 중시한다고 들었다"며 "왕따 가해자도 피해자 못지않게 마음의 상처를 받아 성적도 떨어지고, 커서도 자살·범죄·실업률이 높아지는 등 왕따의 심각성을 입증한 것이 평가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시카고의 공립학교에서 실시하는 '반(反)왕따 프로그램' 조언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피해자·가해자만의 문제도 아닙니다. 같은 반에서 벌어지는 왕따를 지켜보기만 한 학생(약 60%)도 가책에 시달려요. 결국 학교 전체에 '왕따는 나보다 약한 친구를 괴롭히는 치사한 짓'이라는 인식이 퍼져야지, 가해·피해자 학생만 가려내서는 해결이 안 됩니다."

김 교수는 "학교에서 아무리 잘 가르쳐도 집에서 부모가 '맞는 것보단 때리는 게 낫다'고 하면 허사"라며 "한 아이를 제대로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한 것처럼 진정한 왕따 해결은 사회 전체가 폭력성에서 벗어나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의 또 다른 업적은 이전까지 1%라고 알려졌던 자폐 유병률이 실제로는 2.64%에 이른다고 밝힌 일이다. 한국의 루돌프어린이사회성발달연구소와 함께 초등학생 5만명을 대상으로 세계 최초 전수(全數)조사를 실시해 이를 증명했다. 이 연구는 세계적 과학 학술지 네이처의 2011년 7대 연구로 꼽혔다. "진단도 못 받고 방치된 자폐 학생이 많다는 사실이 김 교수 연구에서 드러났다"며 미 언론의 지적이 빗발치기도 했다. 이후 김 교수 연구법을 모델로 한 연구가 이어지며, 핀란드와 미국 질병관리본부(CDC)도 자폐 유병률이 2%를 넘는다고 발표했다.

김 교수는 "미국이나 한국이나 학교는 '아무 문제 없다'고 숨기기에 급급했지만 요즘은 달라지고 있다"고 했다.

"최근 한국에서 초등 1학년 학생들을 연구하다 보니 교사와 자녀 문제를 상담하고 싶다는 학부모가 80%나 됐어요. 교사·학부모가 서로 믿고 진지하게 의논할 길만 터줘도 많은 문제가 해결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