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을 모티브로 한 영화 '변호인'에 대한 '대량환불 테러'가 가해졌다는 소식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노 전 대통령을 싫어하는 세력이 서울 시내 한 영화관에서 해당 영화의 티켓을 대량으로 사들였다가 영화 시작 직전에 환불, 일반 관객이 볼 수 없도록 했다는 주장이었다.

조선닷컴 확인 결과, 일단 서울 시내 주요 극장 체인에서는 이러한 일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루머의 진원지는 한 가수의 팬 페이지 게시판이었다. 최근 이 게시판에는 '영화 변호인 방해공작'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에서 자신을 '서울의 한 영화관 매니저'라고 밝힌 작성자는 "토, 일 이틀 동안 '변호인'의 티켓을 대량 구매하신 고객님들이 상영 직전에 오셔서 환불하는 건수가 10여 차례 이상 발생했다"며 "1건당 대략 100여장 이상씩이었다"고 적었다. 이어 "수요일 개봉한 변호인은 금요일까지 매 회차 매진 혹은 객석점유율 95% 이상을 기록 중이었다"며 "이런 성적이면 토, 일 주말은 전회차 매진도 기대해볼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상영 직전 대량으로 환불해 버리시는 고객님들이 계셔서 토, 일 성적이 수직하락해 버렸다"고 주장했다.

작성자는 "심지어 '변호인' 100장 티켓을 상영시간 1분 전에 들고오셔서 환불해달라고 티켓박스앞에서 고성방가, 여자 아르바이트생에게 행패 그리고 보안요원 폭행까지 난리도 아니었다"고 구체적인 상황을 전했다. 작성자는 "'변호인'을 보러오신 고객님이 자리가 없어 '집으로 가는 길','호빗2','캐치미'등의 티켓을 구매하셨는데, 정작 상영 직전엔 '변호인'의 자리가 텅텅 비어 버렸다"며 "왜 이런 걸까요? 염려대로 이 영화에 정치적 잣대, 이념을 들이대신 분들이 벌이신 일 때문일까요? 방해세력의 소행?"이라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손해 본 티켓이) 1,000여장으로 계산되네요, 단순금액으로 비교 시 900 여만 원 이상‥크리스마스에 '변호인'관련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살짝 겁나긴 하지만,용감하게 한번 헤쳐나가 보렵니다"라며 "이럴수록 영화 '변호인' 더 아껴주세요, 가까운 영화관에 들리셔서 '변호인' 한번씩 꼭 관람해주세요" 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이 글은 23일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과 SNS 등을 통해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어떤 세력의 조직적 개입이 의심된다", "새누리당 측의 의도적인 방해다", "일베충? 국정원? 보안사 심리전단반? 참 애쓴다! 버러지들", "눈물이 나네요" 등의 격한 반응을 보였다. 또 "이럴수록 우리 모두 변호인을 두번 세번 관람해야 한다"는 격려성 발언도 눈에 띄었다.

이와 함께 "몇몇 지인들 말이 인터넷 예매로는 표가 없어서 혹시나 해서 영화관에 갔더니 상영 직전에 표가 많이 풀리더랍니다. 일부 쓰레기들이 왕창 예매했다가 상영 직전에 일제히 취소한다는 소문이 도네요", "22:30에 '변호인'을 보기 위해 빙판길을 헤치며 달려갔지만 전좌석 매진이랍니다. 그것도 한 사람이 예매했다는군요" 등의 글까지 가세하며 루머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

일부 온라인 매체도 "흥행 중인 '변호인'의 관람을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며 "'티켓테러'는 관객의 관람을 직접적으로 막는 행위이자, 정상적인 상영행위를 방해하는 몰상식한 방법"이라 단정짓고 비판하기도 했다.

23일 조선닷컴 확인 결과, 국내 3대 극장 체인인 CGV와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는 "대량환불 사태를 보고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문제의 글 작성자는 "(변호인을 보려던) 관객들이 영화 '집으로 가는 길', '호빗2' 등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는 주장했는데, 이들 3대 체인 외에 언급된 영화들이 모두 한꺼번에 상영된 서울극장, 대한극장 등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들은 해당 글이 조작된 것일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무엇보다 영화 예매 시스템상 글에 나오는 것처럼 개인이 100여장에 달하는 예매티켓을 한꺼번에 구입했다가 환불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영화관 cgv 측은 "대량환불 등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개인이 구매할 수 있는 예매권은 한번에 8매 하루 최대 24매로 제한되어있다"며 "100여장을 10여차례 환불하는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을 경우 배급사나 극장 측에서는 고의적인 업무방해로 판단, 고소까지 가능" 하다고 밝혔다. 롯데시네마 측도 "인터넷 예매로는 최대 8장까지 예매가 가능하다"며 "100여장씩 구매를 하기 위해서는 단체로 협의를 해 대관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경우 미리 극장 측과 협의가 됐기 때문에 상영시간 10분전 일괄적으로 취소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더욱이 문제의 글 원문은 23일 현재 삭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 내용의 신빙성에 의심을 더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