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VS 이상훈. 한국 바둑 최고의 잔치 2013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챔피언 결정전이 19일 막을 올린다. 정규리그 1위로 결정전에 직행한 티브로드와 3위로 (준)플레이오프를 거쳐 올라온 신안천일염의 사령탑이 모두 이상훈(李相勳)이다. 바둑계에선 전자를 '큰' 이상훈(40), 후자를 '작은' 이상훈(38)으로 부른다.
큰 이상훈은 바둑왕전 준우승, LG배 16강 등의 성적을 올렸던 베테랑이다. 2005년 하호정 二단과 결혼해 '프로기사 커플 2호'가 됐다. 작은 이상훈은 8년 아래인 이세돌과 '형제 기사 2호'로 유명하다. 2000년 신인왕전과 신예프로십걸전 2관왕에 올랐던 강펀처 출신이다.
바둑계에서조차 둘을 혼동하는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 "팬이라고 해서 한참 통화했는데 상훈이 형으로 알고 한 전화였어요." "지난해 언젠가 통장에 갑자기 웬 '거금'이 들어와 있길래 알아봤더니 (작은) 이상훈의 바둑리그 준우승 감독 상금이더라고요. 그냥 챙길까 하다가…하하."
둘은 각각 중학생과 초등학생일 때 '신독헌(愼獨軒)'서 처음 만나 4년가량 함께 기거했다. 신독헌은 홍종현 九단이 운영했던 국내 최초의 내제자 방식 바둑 도장. "상훈이는 공차기 내기에 져서 대들다 선배들에게 쥐어박히곤 했죠." "상훈이 형은 내게 참 잘 해줬어요. 돈 한 푼 없는 촌놈에게 먹을 걸 사주곤 했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이야기가 챔프 결정전으로 넘어가자 둘은 정색을 했다. '1년 농사'의 마무리를 앞둔 승부사들의 당연한 본능이다. 역대 바둑리그 성적은 작은 이상훈이 앞선다. 2010년 감독 첫해부터 우승하는 등 4년간 세 번이나 팀을 챔프전으로 이끌었다. 큰 이상훈은 감독 첫해인 작년 5위에 그쳤지만 올해 최고 감독으로 각광받았다.
티브로드는 주전들 외에 락스타(2부리거)도 강해 두터운 선수층이 강점인 대신 경험 부족이 지적된다. 반대로 신안천일염은 노련한 주전들이 자랑이지만 층이 엷어 다양한 전략 구사가 힘들다. "옛날 떡볶이 사줄 때 보여준 상훈 형의 부드러움을 기대합니다." "이미 우승도 해봤으니 양보해 주지 않겠어요?" 챔피언 결정전은 19·20일 1차전, 21·22일 2차전을 치른다. 동률이 되면 23·24일의 3차전으로 7개월 장정을 마무리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