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16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산업안전과장 김모씨가 자기가 담당하는 업체 관계자들에게 자녀 결혼 청첩장을 돌리고 축의금을 받은 사건에 대해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된 업체 관계자에게서 받은 축의금은 개인적 친분 관계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뇌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김씨는 근로감독관들을 지휘·감독하는 책임자였다. 근로감독관은 사업장 산업재해 예방에 관해 지도·점검하고 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는 자리다. 김씨는 2010년 근로감독관들의 지도·점검을 받는 업체 관계자 45명으로부터 5만~30만원씩 축의금 530만원에 골프·식사 접대를 합쳐 뇌물을 총 1300여만원 받았다고 한다.
서울고법은 "축의금 중 5만~10만원은 관행상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이라며 5만~10만원씩 받은 370만원은 무죄, 나머지 축의금과 접대는 유죄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공무원이 직무 대상자로부터 금품을 받으면 개인적 친분 관계에 의한 것이라고 명백히 인정할 수 있는 경우 말고는 사교적 의례(儀禮) 형식을 빌렸더라도 (액수에 관계없이) 뇌물이 된다"고 했다.
관청의 지도·감독을 받는 업체들에 담당 공무원은 '갑(甲) 중의 갑'이다. 잘못 보이면 과태료 수천만원, 수억원을 물게 된다. 더 밉보이면 인허가 취소 또는 정지 명령, 경우에 따라선 형사처벌 대상으로 몰린다. 그런 공무원이 관련 업체에 청첩장을 돌리는 건 현금 청구서를 보내는 것과 한가지다. 그걸 모른 체한다면 배짱이 좋은 게 아니라 무모(無謀)하다는 말을 듣는 게 현실이다.
최근 몇몇 재벌 기업이 임직원 경조사 때 하도급 업체로부터 축의·조의금을 받는 행위를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업 임직원이 하도급 업체로부터 거액의 축의·조의금을 받고는 회사 돈으로 그 하도급 업체에 몇 배의 이익을 되돌려주는 먹이사슬 관계를 끊기 위해서다. 대한민국 공무원들은 관할 업체의 뇌물성 축의금과 조의금을 진즉 끊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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