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이끄는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제1 야당인 사회민주당(SPD)의 대연정 합의가 최종 관문을 통과했다. 지난 14일(현지 시각) 사민당은 대연정 합의의 마지막 과제였던 전체 당원 투표 결과 대연정 합의안이 공식 승인됐다고 밝혔다. 사민당 당원의 76%가 기민·기사당 연합과의 대연정에 찬성했다.

메르켈 총리는 오는 17일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의 지명을 받는 방식으로 3선 총리에 선출되고, 새 정부 출범을 공식 선언할 예정이다. 3선 총리가 되는 메르켈이 4년 임기를 마칠 경우 재임 12년으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11년 6개월 재임)를 제치고 유럽 최장수 여성 총리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그마르 가브리엘(앞줄 오른쪽) 독일 사회민주당(SPD) 대표가 베를린에서 14일(현지 시각) 실시된 당원 투표에서 대연정 합의안이 통과되자 당 지도부와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 제1 야당인 사회민주당이 여당인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과 대연정에 최종 합의함으로써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3선 연임도 사실상 확정됐다. 메르켈 총리가 4년 임기를 모두 마칠 경우 재임 12년으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11년 6개월 재임)를 제치고 유럽 최장수 여성 지도자가 된다.

여당 연합과 제1 야당이 대연정 합의에 도달하기까지는 총 3개월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기민·기사당 연합은 지난 9월 22일 치러진 총선에서 득표율 41.5%로 과반에 5석이 부족한 압승을 거뒀다. 일부에선 다시 선거를 실시해 단독 과반을 차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는 사민당과 연정을 구성하는 '정석'을 택했다. 메르켈 총리는 총선 다음 날인 지난 9월 23일 "우리가 효과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정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파 여당과 좌파 야당의 협상은 쉽지 않았다. 세금 문제, 최저임금제, 장관직 배분 등 현안마다 양측은 첨예하게 부딪혔다. 지지부진하던 대연정 논의는 지난달 27일 원칙적 합의에 도달했다. 기민당은 사민당이 요구하는 전국 단위의 최저임금제 도입을 받아들였다. 그 대신 사민당도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했던 증세 요구를 접었다. 메르켈은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현직 총리 신분으로 사민당을 직접 찾아가 17시간의 마라톤협상을 주도하기도 했다.

언론은 대연정이 양측에 모두 이득이 되는 '윈-윈 게임(win-win game)'이라고 분석했다. 여당은 제1 야당을 파트너로 맞이해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가능해졌고, 총선에서 굴욕적인 패배를 당한 사민당도 국정에 참여함으로써 지지자들을 위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사민당은 핵심 공약이었던 최저임금제 도입을 관철하고, 당원 투표를 거쳐 대연정을 승인함으로써 연정 파트너인 메르켈 총리에게 강력한 힘을 과시했다"고 전했다.

장관직 배분도 거의 끝났다. 메르켈 총리의 최측근인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유임이 확실시돼 독일의 경제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민당은 경제·에너지, 외무, 노동, 환경, 법무, 가정·여성부 등 장관직 6개를 맡는다. 사민당의 가브리엘 대표는 경제에너지부 장관으로 입각하고,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원내대표는 외무장관을 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