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비우니 오히려 잘되던데요."

한국 스노보드의 기대주인 김호준(23)이 14일(한국 시각) 핀란드 루카에서 열린 2013~2014시즌 FIS(국제스키연맹) 스노보드 월드컵 하프파이프 남자 부문에서 9위를 차지했다. 1·2차 시기 합계 67.25점을 받았다. 핀란드의 코르피 얀네가 89.00점으로 정상에 올랐다.

김호준은 한국 스노보드의 개척자다. 그는 스키용품점을 하던 아버지의 권유로 여덟 살 때 처음 눈 위에 섰다. 독학으로 기술을 익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스노보드 선수론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당시 나이가 20세. 긴장감에 실수를 연발하면서 26위에 그쳤다. 하지만 값진 경험 덕에 급성장했다. 2011년 2월 중국 야불리 월드컵에선 4위에 올랐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갑자기 부진의 늪에 빠졌다. 월드컵 대회마다 늘 30~40위권을 전전했다. 슬럼프를 벗어나려고 무리하게 훈련한 게 독이 됐다. 그는 발목과 무릎 부위에 잔부상을 달고 살았다. 김호준은 "조급한 마음에 아픈 걸 참고 훈련했었다"며 "그러다 보니 높이도 안 나오고, 쉽게 하던 기술도 실수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호준은 올해 2014 소치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마음을 다시 먹었다. 이번에는 새 기술을 익히기에 앞서 여유를 가지고 체력 단련과 근육 훈련에 힘을 썼다. 진천선수촌에서 매일 4시간씩 바벨과 씨름했다. 그는 "하루라도 빨리 보드를 타고 싶어서 좀이 쑤셨다"며 "그래도 몸을 먼저 만들자는 마음으로 참고 훈련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 첫 출전 대회가 이번 핀란드 월드컵이었다. 하지만 대회 준비차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하던 그는 왼쪽 어깨가 탈골되는 부상을 당했다. 대회가 일주일도 안 남은 시점이었다. 당시 그는 곧바로 병원으로 후송돼 입원 치료를 받았다. 코치진은 "이번에는 건너뛰고 다음 대회에 집중하자"면서 출전을 만류했다.

14일 열린 핀란드 월드컵에서 9위에 오르면서 부진의 늪에서 탈출한 김호준(23)은 내년 소치에서 올림픽 메달이라는 역사에 도전한다. 그는 2010 밴쿠버올림픽에서 한국 스노보드 선수론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사진은 밴쿠버올림픽 스노보드 하프파이프에서 연기를 펼치는 모습.

김호준의 선택은 달랐다. 경기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무대에는 나가자고 판단했다. 부상 없이 연기만 마치자는 마음으로 월드컵 무대에 섰다. 자신의 주특기인 '스위치 1080'(공중에서 진행 방향의 반대로 3바퀴를 도는 기술)은 쓰지 않았다. 결과는 2011년 2월 중국 야불리 월드컵 이후 2년 10개월 만의 '톱10'이었다. 그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어떤 마음으로 경기에 임해야 하는지 다시 배웠다"고 말했다.

재기에 성공한 김호준의 내년 소치 올림픽행(行)은 한층 밝아졌다. 그는 월드컵 랭킹을 39위에서 16위로 끌어올렸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출전권은 월드컵 랭킹과 국가별 쿼터를 고려해 주어진다. 티켓은 모두 40장. 한국 선수 가운데 랭킹이 가장 높은 그가 현재 순위를 유지하면 올림픽 출전이 유력하다. 올림픽 출전 명단은 내년 1월에 발표된다.

김호준은 오는 19일 두 번째 시험 무대에 오른다. 미국 콜로라도의 코퍼 마운틴에서 열리는 월드컵 대회다. 김호준은 "소치 올림픽까지 차근차근 연기의 완성도를 끌어올릴 것"이라며 "올림픽에서 내가 가진 걸 완벽히 보여준다면 메달까지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