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보〉(171~186)=이세돌과 구리(古力) 간의 '10번기(番棋)'가 내년 최고의 화제로 국제 바둑계를 장식할 전망이다. 둘은 그동안 난형난제의 실력, 불처럼 화끈한 기풍, 같은 나이(83년생) 등 숱한 흥행 요소를 갖춘 '맞춤형 라이벌'로 꼽혀왔다. 천하를 양분(兩分)한 한·중 양국의 '간판 대결'인 데다 9억원에 가까운 최대 상금까지 걸렸으니 눈길이 쏠릴 만하다.

하지만 한·중 양자 대결 구도가 심화돼 가는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과 유럽 부국(富國)들을 끌어들이지 못한 상황에서 일본마저 퇴조, 세계화가 오히려 멀어지고 있기 때문. 배태일 박사의 비공식 세계 랭킹에 따르면 상위 30위권에 든 기사는 한국 8명, 중국 21명, 일본은 30위에 턱걸이한 이야마(井山裕太) 단 1명이다. 세계 상위권을 도배질한 중국 탁구의 모습이 자칫 바둑에서도 재현될 가능성마저 보인다.

백이 △에 뛰어 붙인 장면. 일본 '수퍼스타' 이야마의 눈물겨운 분전은 계속된다. 178까지 사전 공작 후 179로 집어넣어 패(覇)가 됐다. 초반부터 판을 뺑뺑 돌며 이어져 온 패싸움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182로 메우고 183으로 때려낸 데까지 예정 코스였다(182로 179는 흑 '가'로 백의 수 부족).

184는 백이 자랑할 만한 절대 자체 팻감. 그래 놓고 다시 180자리 패를 때렸다. 이제는 흑이 곤란해진 게 아닐까. 하지만 천야오예는 간단하면서도 효과가 확실한 팻감을 준비해놓고 있었으니…. (183…179, 186…1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