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디바! 마디바!"
10일(이하 현지 시각)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전 대통령의 추모식이 열린 요하네스버그 FNB스타디움(월드컵경기장)은 마디바(존경받는 어른·만델라의 존칭)를 외치는 소리로 가득했다. 어디선가 시작된 함성이 이내 9만5000석 규모의 경기장을 뒤덮었다. 또 누군가 '고마워요, 타타(아버지를 뜻하는 현지어)'라며 노래를 시작하자, 사람들은 서로 손을 잡고 합창했다. 오전부터 비가 세차게 내렸지만 누구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빗줄기가 굵어질수록 오히려 노랫소리는 더 커졌다.
총 20만 인파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 추모식은 이날 예정보다 한 시간 늦은 낮 12시쯤 공식적으로 시작했다. 폭우가 쏟아지는 데다 국가 정상급 인사 91명이 대거 참석하면서 혼잡이 발생해 진행이 더뎠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주요 인사들은 본부석 단상에 자리했다. 남아공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자리를 조금 떼어 놓는 등 국가 간 관계를 고려해 자리를 배치했다.
추모객들은 오바마 대통령과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등 흑인 지도자들이 대형 스크린에 나타날 때마다 큰 환호성을 보냈다. 존 메이저 전 영국 총리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등 전직 정상들은 서로를 반갑게 포옹했다. 현지 언론 '뉴스24'는 "남미부터 아시아까지 전 대륙에서 조문단이 왔다"며 "마치 유엔 정상회의를 옮겨 놓은 것 같다"고 보도했다. 현장에선 1500여명의 외신기자가 추모식을 전 세계에 전했다.
남아공에서 적어도 이날 하루만큼은 인종도 종교도 이념도 장벽이 되지 못했다. 흑인과 백인이 나란히 어깨를 걸었다. 히잡을 쓴 이슬람 여성들도 스타디움의 한쪽을 차지하고 만델라를 기렸다. 영국에서 단체로 온 사람들도 있었다. 추모식 초반엔 유대교·힌두교·이슬람교·기독교 지도자들이 차례로 나와 만델라를 위한 추모 기도를 올렸다.
남아공 국민은 추모식을 흥겨운 축제처럼 맞이했다. 지하철·버스에서 내려 추모식장으로 향할 때부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국기를 흔들었다. 부부젤라(나팔처럼 생긴 전통 악기)를 부는 사람도 있었다. 온종일 비가 내렸지만 추모 열기는 점점 더 뜨거워졌다.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시릴 라마포사 부대표는 "남아공에선 장례식 때 비가 오면 하느님이 죽은 이를 환영한다는 뜻"이라고 말하자, 큰 박수가 쏟아졌다. 하지만 부패 혐의와 경기 침체로 인기가 떨어진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이 연설할 때는 야유가 나오기도 했다.
추모식이 열린 FNB스타디움은 만델라와 인연이 깊다. 3년 전인 2010년 7월 남아공월드컵 폐막식 때 만델라가 마지막으로 대중 앞에 모습을 보인 곳이다. 당시 그는 검은색 코트를 입고 특유의 온화한 웃음으로 관중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이날 같은 장소에서 남아공 국민은 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경기장이 있는 요하네스버그 남서쪽 소웨토(Soweto) 지역은 흑인 인권운동의 성지(聖地)로 불리는 곳이다. 1976년 백인 정권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 정책)에 항의하는 대규모 봉기가 발생한 곳이 바로 소웨토다. 만델라도 27년간의 수감 생활을 하기 전까지 이곳에 살면서 인권운동을 펼쳤다.
남아공 정부는 11일부터 사흘간 만델라의 시신을 유리관(棺)에 담아 일반에게 공개하기로 했다. 이후 15일 만델라의 고향인 쿠누에서 국장(國葬)을 끝으로, 만델라는 영면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