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은 철도노조 파업 첫날(9일) 파업 참가자 4356명 전원을 직위해제한 데 이어 10일에도 1585명을 추가로 직위해제했다. 이틀 동안 6000명 가까이 직위해제하는 이례적인 강수다.

코레일은 10일 이사회를 열고 서울 수서발 KTX의 자회사 운영 방안을 확정했다. 자회사 설립은 '민영화 수순'이라고 반발해온 철도노조는 법원에 이사회 의결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파업을 이어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불편은 아직 예상보다 크지 않은 상황이다. 코레일에 따르면 KTX와 수도권 전철은 파업 이틀째인 10일까지 모두 정상 운행 중이다. 출퇴근길 '교통 대란'은 없었다. 10일 오후 8시 현재 새마을호와 무궁화호는 평상시(287회)의 63.8%(183회)가 정상 운행했다. 다만 화물 열차는 평상시(259회)의 35%(91회)만 운행 중이다. 시간대별 파업 참가율도 지난 2009년 파업 당시보다 최대 4%포인트 정도 낮다. ◇"파업 명분 약해"

이처럼 노사가 '강(强) 대 강'으로 충돌하면서 파업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철도노조 간부를 지낸 A씨는 "정부와 코레일이 통과시킨 수서발 KTX의 자회사 운영 방안이 종전에 노조가 비판하던 민영화 방안에서 크게 후퇴한 안"이라며 "파업 명분이 약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코레일은 "새 운영 방안은 민간 자본 참여를 배제하고 코레일이 영업 흑자를 내면 지분 전체를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아 민영화와는 거리가 멀다"고 밝혔다. 반면 노조는 "언제 정관을 고쳐 민간 자본이 들어오게 할지 모른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지방의 한 역장은 "철도노조가 해고자 딜레마에 빠져 있어 파업을 철회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2003년 이후 불법 파업으로 해고자가 된 직원 89명이 파업을 주도한다는 것이다. 코레일에 따르면 노조는 조합비 133억원 가운데 해고자 기금 67억원을 운영하면서 이들에게 1인당 월 490만원가량 생활비를 대고 있다. 그래서 해고자들은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라도 파업을 강하게 주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철도 전문가는 "철도노조 집행부가 민주노총과 야당 등 외부 세력과 연대하면서 문제가 더 풀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철도노조는 14일 전국 조합원들이 상경해 민주노총 주최로 열리는 결의대회 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필수 유지 인력 들어가기 경쟁"

승무·정비 등 부문별로 일하는 철도노조 특성상, 노조원들이 파업에 공감하지 않아도 반대 의사를 드러내기 쉽지 않은 점도 문제라고 코레일 직원들은 전했다. 노조 간부가 주도해서 파업 불참자를 따돌리는 분위기가 있기 때문이다. 한 40대 직원은 "2009년 파업 당시 노조 간부가 '각 지부는 파업 불참자의 경조사 참석을 모두 거부하라'는 문자를 보낸 적이 있고, 노조도 불참자 명단을 게시판에 공개했다"고 말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그래서인지 이번에는 직원들이 서로 필수 유지 인력에 들어가려고 해 추첨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필수 유지 인력에 포함되면 평소처럼 일하면서 수당도 받고 노조원들로부터 따돌림당할 일도 없다.

그러나 사법당국이 노조 집행부 체포에 나서고 업무 복귀 노조원이 늘어나면 2009년처럼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코레일 관계자는 "노조원들 사이에는 2009년 당시 파업으로 얻은 것은 없고 징계만 잔뜩 받았다는 인식이 있다"고 했다. 코레일은 2009년 파업 참가자 20명을 파면하고 149명을 해임한 것을 포함해 총 1만1588명을 징계했다.

철도노조 파업 이틀째인 10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청주역 컨테이너야드(CY)에서 컨테이너 운영 장비 직원이 일감이 줄어 장비 위에서 쉬고 있다. 대전역에선 철도노조원들이 투쟁가를 부르고 있다. 파업에도 여객 수송량은 큰 변화가 없지만, 화물 열차 운행 횟수는 뚝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