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친구들이 예고 진학 준비하느라 바쁠 때, 전 중학교 등록금도 못 낼 형편이었어요. 더 이상 바이올린을 못 하는 건가 싶어서 가슴이 답답했어요."
지난 주말 서울대 음대 기악과 수시 모집에 최연소로 합격한 홍유진(16·사진)양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교육원 출신이다. 예원학교(중학교) 1학년에 다니던 2010년 오이스트라흐 바이올린 국제 콩쿠르 주니어 부문 1위를 차지하면서 일찌감치 재능을 주목받았다. 하지만 이듬해 아버지가 간암으로 세상을 뜨면서 고교 진학을 포기할 만큼, 집안 형편이 어려워졌다.
여섯 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운 홍양은 "음악을 못 하면, 앞으로 뭘 해야 할까. 그때 마음은 뭐라고 설명할 수 없을 만큼 복잡했다"고 했다. "2010년엔 해외 콩쿠르에 참가하거나 연주회 때문에 러시아로, 독일로 정신없이 다녔어요. 아빠가 그런 저를 뒷받침하느라 힘들어서 쓰러진 게 아닌가 하는 후회도 들었고요."
홍양은 이내 마음을 다잡고, 검정고시로 대학에 진학하기로 마음먹었다. 혼자 교재를 읽고 독학으로 준비했다. 지난 8월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했고, 곧이어 다가온 서울대 입시에 도전했다. 바이올린은 언니가 고교 때 연습용으로 쓰던 악기를 물려받았다. 지난 6일 오후 서초동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휴대폰으로 합격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에 사람이 많아 소리를 지를 수도 없고,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대학에 들어가면 저도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훌륭한 연주자가 되겠습니다."